불교신문(사장 혜자)의 경영적자 해소를 위한 인사이동 안이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한국불교기자협회(회장 안직수, 이하 불기협)가 불교신문의 인사발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총무부장 영담 스님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불기협은 12월 29일 ‘불교신문 부당 인사에 대한 한국불교기자협회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을 비롯해 교계 각 단체에 전달했다.
불기협은 성명서에서 “최근 불교신문 인사위원회가 결정한 보직변경에 불교계 기자 전체는 참담한 심정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인사발령은 인사회의를 주도한 부사장 영담 스님의 특정 기자에 대한 표적인사”라고 비판했다.
불교신문 인사위원회가 1월 1일자로 해당 기자에게 보직변경 통보한 내용에 따르면, 10년차 차장급 경력기자를 비롯해 입사 2년차 기자와 편집기능직 직원 등 편집국 기자들이 업무국 또는 신설된 전략기획팀 등으로 발령됐다.
불기협은 “경영난의 책임을 상대적 약자인 종사자에게만 묻는 교계의 분위기가 아쉽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보직변경과 부당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불교신문 발행인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불기협의 성명서 발표로 2007년 “교계언론은 걸레신문”이라 발언했던 영담 스님과 교계 언론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됐다.
이에 대해 한 불기협 임원은 “특정 스님과 불기협과의 불편한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발행기관 및 교계 구성원 모두가 열악한 교계 언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불기협 성명서 전문.
불교신문 부당 인사에 대한 한국불교기자협회의 입장
삼보에 귀의 합니다.
최근 불교신문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 1일자 보직변경을 통보했다.
10년차가 넘는 차장급 기자에서부터 입사 2년차 기자, 또 편집기능직 직원까지 편집국 기자들에 대한 황당한 인사가 발행인의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다.
한국불교기자협회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우리 교계 내부의 많은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목격했다. 더구나 현직 불기협 회장이 편집국기자에서 업무국 독자영업팀장으로 발령 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불교계 기자 전체는 참담한 심정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신문 인사위원회를 주도한 부사장(총무원 총무부장) 영담스님은 이번 인사의 이유를 경영난과 기사작성이 미숙한 기자에 대한 순환보직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불기협은 이 당혹스럽고 황당한 인사의 배경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영난 해결문제다. 산업전문지가 아닌 포교지의 경영난은 불교신문 창간당시부터 계속되어 오던 상황이다. 이는 교계 언론 대부분이 겪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수익을 내기 위해 광고로 도배된 교계신문과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면 적정한 투자와 적자 보전은 발행을 책임진 조직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경영난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게 관대하고 상대적 약자인 종사자에게만 냉혹한 구조적 모순에 눈감는 교계의 분위기도 아쉽기 그지없다.
또 기사작성 미숙 기자에 대한 순환 보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영담스님이 중앙종회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기자들에 대한 표적인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인사의 대상이 된 일부 기자들은 불기협대상 수상경력과 다수의 불교서적 출간으로 기획력과 기사작성에서 이미 교계의 검증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불기협은 교계 언론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실망이 존재하는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교계의 양식 있는 스님과 재가 불자들에게 불기협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0여 년 전 많은 기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교신문을 떠나야 했던 교계의 환경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일부 스님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와 기자에 대해 징치하고 순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저항할 수 없는 힘없는 기자와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고, 형식적인 인사협위회로 절차적 논란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혼 없는 기자, 순종하는 기자들이 만드는 걸레신문을 원하는 일부 스님의 인식은 너무나 자기 모순적이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보직변경과 부당인사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불교신문 발행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불기 2553년 12월
한국불교기자협회 임원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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