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매기가 지나간 지장전 지붕위로 뒤 늦게 갈매기 그림자가 따라간다. 지장전 외벽엔 불자들이 써 놓은 서원들로 가득하다. 누구는 누구를 사랑한다고, 누구는 누구를 잊을 수 없다고, 그래서 누구는 어제 간월암을 다녀갔다고. 멀어진 바다가 쉬지 않고 파도를 보내온다.
| |||
주지 스님이 차를 한 잔 주신다. 허공에서 머뭇거리던 시선과 시선이 각자의 찻잔 속으로 떨어지고, 마주치던 짧은 침묵들이 허공으로 돌아간다. “간월암엔 처음이세요?” 처음 온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온 것과 같았다. “예, 전에 몇 번 밖에서만 보고 갔습니다.”
| |||
구름 속을 들락거리던 붉은 해가 간월암 뒤로 사라진다. 누군가 지장전 낙서들 사이에 또 한 줄 서원을 남기고 있다. 일몰의 바다 위로 태양의 아쉬움이 번져가고, 육지 길로 간월암에 들어갔던 불자들이 뗏목을 타고 간월암을 나오고 있다. 다시 섬이 된 간월암은 어제처럼 달빛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