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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사천왕문 지붕 위에 소나무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장성 백양사. 사천왕이 서있는 사천왕문은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내쫓아 불도를 닦는 이들로 하여금 절집이 신성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 세워진 대문이다. 절집엔 법당까지 이르는 길에 몇 개의 문이 있다. 그 문들은 늘 열려 있지만 누구나 드나들지는 못한다. 특히 사천왕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이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다. 지금도 우리가 합장을 하고 편히 드나드는 사이 사천왕은 합장한 불제자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악귀를 쫓고 있을 것이다.
들고 나야 할 곳에는 ‘문’이 있다. 들고 날 일이 없다면 문도 필요 없을 것이다. 부처님 만나는 일도 쉼 없이 들고 나야 하는 일인가보다. 지붕 위의 소나무 그림자가 지붕을 내려와 법당으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