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신임 위원장 영담 스님.

1980년 10월 27일 새벽 2시. 조계종 총무원 이하 전국의 주요사찰 5,731곳에 신군부의 계엄군이 난입해 당시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 등 153명을 강제연행하고 수년 동안 언론을 통해 불교를 비위집단으로 매도한 10ㆍ27법난.

근대 한국불교사상 최대 수난이 발생한지 30년 후인 2009년 12월 9일, 10ㆍ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2기 체제를 맞았다.
1기 심의위는 법제정 이후 1여년에 불과한 짧은 활동기간에도 지원단 조직 확립, 피해신청 접수 및 조치(41명 접수/30명 조치), 피해사실 조사 등 적지않은 성과를 낳았다. 또 매주 원로 스님 등을 방문해 피해신청 의사를 독려하고 역사교육관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백서제작전담반을 구성해 기록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정부에 의한 종교편향의 청산은 또 다른 과제를 낳고 있다.

◇내부조력자 조사 및 청산 = 10ㆍ27법난 당시 불교탄압의 빌미를 제공한 세력 가운데는 신군부 정권뿐만 아니라 불교계 내부 인사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조력자를 밝히는 것은 차후 불교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선 심의위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조력자 처우에 대한 사법권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박충신 지원단장 등 일선 관계자들은 “피해 사실 조사로 원로 스님 방문시 종단 내 예전 일을 들추기 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렇듯 관계자 증언 및 기록 확보에 동참을 유도하는 분위기 조성도 시급한 문제다.

◇역사교육관 사업 조사 확정 = 국회 예결위에서 심사 중인 올해 10ㆍ27법난 관련예산은 약 36억원. 이 중 역사교육관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예산은 5억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계사로 내정됐던 종단의 방침이 심의위와 새 집행부의 전면 재수정으로 변경이 불가피 한 만큼 후보지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관련 법안 재정비 = 역사교육관 건립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담당 법인 설립과 법적 근거 마련이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 2010년 6월까지로 위원회 활동을 명시한 10ㆍ27법난 특별법은 3년 기한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중이다. 관계자들은 각 당이 합의한 점을 들어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금 지급 등이 명시된데 비해 사망자에 대한 보상과 소속 종단에 대한 피해 보상을 규정하지 않은 점이 미비점이다. 특히 차후 기념사업을 위한 법인 설립 등이 가능하기 위해서도 관련법안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법난에 대한 진실이 제대로 조명되고 피해 배상을 위한 법률 제정 등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사건 발생 28년이 지난 후인 2008년 3월부터였다. 10ㆍ27법난에 대한 명예회복 불사는 30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범종단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