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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교는 염불 등으로 아미타불의 원력에 의지해 극락왕생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신심을 바탕으로 하는 타력신앙 정토교에서 깨달음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한국정토학회(회장 태원)는 12월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승불교에서의 깨달음의 문제’를 주제로 제12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보광 스님(동국대 교수)은 주제발표 ‘정토교에서의 깨달음 문제’를 통해 “발보리심이 정토왕생의 정인(正因)이며, 깨달음의 첫걸음”이라 강조했다.
보리심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말한다. 부처의 지위에 들어서 깨달음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자로는 무상정진도의(無上正眞道意), 무상도심(無上道心), 도심(道心) 등이라 한다.
스님은 “보리심은 인간이 갖고 있는 청정한 마음의 본성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현상에 의해 생기는 연사보리심(緣事菩提心)과 보편적인 진리를 이해해 생기는 연리보리심(緣理菩提心)으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리심은 사홍서원으로, 연사보리심은 어떤 사람이 부처님 공덕과 가피를 체험하거나 믿음으로써 생기는 불심이며,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이 좋아서 불교를 종교로 갖게 된 것은 연리보리심이다.
하지만 일본 다까미 다이슈 교수에 따르면, 보리심은 대승불교만이 갖는 대표적인 용어로 대승불교 이전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란 용어가 없었다,
다까미 교수는 저서 <보리심의 연구>에서 “발보리심과 같은 적극적인 표현은 대승불교에서 나온 용어이지 초기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믿는 것’으로 표현돼 있다”고 주장했다.
보광 스님은 “대승불교의 시작은 발보리심부터이다”라며 정토삼부경을 중심으로 발보리심을 설명했다.
<무량수경>에는 법장 비구가 국왕으로 있으면서 세자재왕여래의 설법을 듣고 무상정진도의를 내 출가한 이야기가 있다. 스님은 “보리심으로 인해 국왕이 법장 비구가 되고, 법장보살이 되고, 아미타불이 된 것”이라 말했다.
정토교 수행법인 염불에서의 보리심을 바탕으로 한 마음가짐도 강조됐다.
보광 스님은 “보리심 없는 염불은 녹음기가 아무리 염불하더라도 녹음기가 왕생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면서 “정토교에서의 발보리심은 극락과 아미타불의 존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내는 것이며, 이 보리심이 깨달음과 왕생의 시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태원 스님도 ‘발심과 법인에 의한 깨달음’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보리심 자체가 보살심의 종자이고, 일체 모든 법을 출생하는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보리심을 낸 후에만 어떠한 과(果)를 증득할 수 있다”며 “정토경전 외 다른 경전은 발보리심으로 인한 정각ㆍ삼매ㆍ도중생(度衆生)을 목적으로 하지만, 정토경전은 왕생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은 ‘일체개고’ ‘제법무아’ ‘제행무상’ ‘열반적정’ 등이다.
태원 스님은 “발심 후 깨닫기 위한 수행을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법인”이라며 “법인은 <법구경> <잡아함경> <증일아함경> <열반경> <보살지지경>으로 발전했고, 수행은 위빠사나적인 수행법으로 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법인의 관은 나와 다른 객관의 대상은 고(苦) 아닌 것이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며 “법인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상을 ‘일체개고’라 했고, 고통이 시간적으로 항상 변하는 것을 ‘무상’이라 했으며, 공간적으로는 실체가 없는 것을 ‘무아’라고 했다. 고통인 무상과 무아를 깨달으면 ‘고’가 ‘공’인줄 알게 돼 청정한 진여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권탄준 금강대 교수가 주제발표 ‘화엄에서의 증득의 문제’를, 김호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묵조선의 깨침에 대한 구조와 그 내용’을, 안준영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염불선에서의 깨달음의 문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