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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문상운의 <구름이 산 아래로 내려 온 날> 전시가 12월 3일부터 9일까지 대구 ‘갤러리 큐브C’ 에서 열렸다. 문상운의 사진 앞에 서면 ‘적막함과 고요 속에서 자신을 관조’하게 된다.
사진은 사물과 사물이 만나고 빛과 사물이 얽혀서 렌즈의 조화가 생성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사진가는 빛을 잘 제어하고 카메라워크에 의해서 자신의 사상을 잘 구현해내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문 상운은 ‘구름’을 주제로 하여 구름이 빚어내는 여러 가지 풍경을 찍었다. 그는 구름이 산 아래로 내려와 만든 일회적 풍경 속에 적요와 사색을 담아내었다. 담백한 흑백의 사진들이 그러한 느낌을 주고 있다.
구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일시적이고 우연적이며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구름은 스스로 모양과 색채를 지니며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문상운의 사진 속 구름들은 이런 이미지들을 지니고 있으며, 무심하게 떠 있는 구름이면서 그런 구름이 아닌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미적인 주관과 조형감각을 바탕으로 대상을 재구성하여 외형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시킨 것이다. ‘텅 빈 공간 속에 홀로 불을 끄고 앉아 있을 때 그 공간은 물리적 개념을 넘어서는 무한의 개념을 가지게 되듯이’ 문상운의 사진이 주는 공간 속에서 사색과 자유로운 명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풍경(風景)이란 그 자체의 의미보다 ‘인간과 자연, 세계와 나, 나와 타자’ 사이의 그 관계성을 찾고 해석하는 것”이라 했다. 작가는 <선상의 풍경>, <사유의 풍경>, <7번국도> 등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가지면서 자신의 사진이미지들을 그렇게 구축해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흰 구름과 안개가 겹겹이 쌓여서 산과 나무가 보이지 않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있음’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번뇌망상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우리의 불성(佛性)을 부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체로금풍(體露金風)’ 이 한 마디를 툭 던지면서 “자연을 보는 것이 바로 나를 보는 것이요, 나의 실체를 보는 것이 곧 자연을 보는 것”이라 했다. 또 작가는 “예술은 삶의 렌즈로 이해하고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삶에 천착하여 구현하려는 문상운의 사진 작업을 기대하면서 갤러리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