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종합 > 사찰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만난 내장사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29.정읍 내장사
야윈 나무들이 마당에서 조용조용 마른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차가운 저녁 바람이 마른 잎을 쓸고 지나간다. 가을이 가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일찍 와서 단풍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던 내장사. 연못 속엔 그 단풍이 떨어져 쌓여가고 있다. 올해는 너무 늦게 왔다. 그저 단풍 있을 때 오면 되는 일인 것을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아직 가을 풍경은 도량 구석구석에 조금씩 남아있다. 대웅전 옆에는 중생 닮은 석탑이 하나 서있는데 석탑 위로 가지를 뻗은 단풍나무에 마지막 단풍잎이 매달려 있고, 관음전 뒤로는 잎을 모두 떨어뜨린 감나무가 빽빽하게 감을 매달고 있다. 포행 나온 스님 곁으로 검둥개가 달려간다.


날이 저문다. 부도 밭에 서서 저무는 하루를 본다. 바둑판의 공배를 메우듯 저녁의 그림자가 부도와 부도 사이를 메우고,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세상의 빈 곳을 어둠이 채워가기 시작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만난 내장사. 계절의 공배를 채우듯 산사의 이곳저곳을 바라본다.

멀리 법당 문살에 불빛이 번진다. 내년엔 제대로 내장사 단풍을 볼 수 있을까. 야윈 나뭇가지 위로 아쉬운 시선이 머물고, 도량을 채운 저녁 그림자 뒤로는 다른 계절의 기척이 들려온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09-12-08 오전 11:1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