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을이 끝난 모든 곳에 함박눈이 쌓이고 있었다. 하룻밤 묵으로 갔던 수덕사도 하염없이 눈을 맞고 있었다. 산사는 고요했고 부처님 전엔 향냄새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60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수덕사 조인선원(祖印禪院). 스님 한 분이 죽문 앞에 쌓인 눈을 쓸고 있었다. 숲에선 소리도 없이 내리던 눈송이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뭇가지 위에 앉았던 산새는 다른 숲으로 날아갔다.
스님의 지나간 비질 위로 다시 하얀 눈이 쌓였고, 스님은 쌓인 눈을 다시 쓸었다. 산사는 여전히 고요했고, 지나간 비질 위로 눈은 또 내렸다. 스님은 눈을 쓸고 있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