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동국대 교수들이 술렁대고 있다. 동국대 대학본부의 ‘교원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안)’ 때문이다. ‘교원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안)’은 동국대의 연구ㆍ교육역량의 제고를 목표로 교수의 연구실적을 급여와 승진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학문을 연마하는 대학에서, 연구ㆍ교육이 업인 교수들에게 이 ‘안’이 문제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동국대 교수들은 이 ‘안’이 연구자들의 연구 풍토 진작을 위한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동국대의 대학평가 순위 상승을 빌미로 교수를 압박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동국대 교수회(회장 허남결)가 ‘안’을 검토한 결과, △신뢰와 동기부여가 결여된 평가 △연구 인프라 관련 타 대학의 자의적 선별 △연구여건에 대한 고려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수들의 ‘안’ 검토 뒤에는 “(학교가) 연구비 몇 푼 갖고 교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느냐”, “학교의 교육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평가지표의 남발은 교수의 사기저하를 초래할 뿐”이라는 학교 측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도 있었다.
동국대 구성원 다수는 “오영교 총장이 취임 후 ‘보여 지는 것’에만 집착해왔다”고 주장한다. 또, “고액의 부채를 안고 시행중인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비롯해 중앙일보 평가 대학 순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안’은 일간지 대학평가 발표 후인 10월 20일, 오 총장의 총장경영리포트에서 예고됐었다.
오영교 총장은 총장경영리포트에서 “(중앙일보 평가가 전년대비 2위 상승에 그친 원인을) 배점이 가장 높은 교수연구영역의 실적이 매우 저조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12월 1일, 교수회의 ‘안’ 시행 유보 요청 공문과 함께 이성철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의 ‘동국인에게 고함’이라는 글이 공개됐다.
이 교수는 글에서 “대학평가 순위 15위에 들지 못하면 총장을 비롯한 모든 보직자들이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단기간에 언론사의 대학평가 등급을 올리려는 비교육적이며 근시안적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대학발전을 위한 선순환을 고민해야할 때”라 호소했다.
‘보여지는 것’에 집착해 대학을 ‘경영’해 온 오영교 총장의 마인드는 오랜 관료생활을 해 온 그의 경력으로 이해하지만, 구성원에게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는 그의 리더십은 어디서 그 문제점을 찾아야 할까?
이념과 학문적 가치를 경영기법에 점령당한 채 상명하복의 의사 결정구조로 경직돼 가는 ‘학문의 전당’ 동국대가 이번 ‘안’을 둘러싼 갈등에서 상생의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