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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수 없는 길을 조용히 걸어 부처님 곁에 가 섰다. 추위에 떨었을 부도의 이끼는 새벽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서있고, 건너 보이는 법당의 기와는 행자의 발걸음처럼 사뿐히 놓여있었다.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천년 묵은 침묵을 깨고 날아가는 아침. 해쓱해진 부도를 바라보며 통도사 금강계단을 걸었다.
계단의 장엄 위로 가을 햇살이 다가와 앉았다. 그저 돌덩이인 부도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허물 수 없었던 마음들이 무너지고, 그저 한 순간의 끝에 서있었을 뿐인데 지나간 시절들은 끝없이 다가왔다. 먼 길 온 스님이 계단 앞에서 합장을 한다. 계단을 나서니 들리지 않던 여울물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