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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에 꽃 한 송이 꽂기
[밥기행55 - 밥은 공양] 방랑식객, 임거사 편2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임거사를 다시 만났다. 산으로 들로 염전으로 팔도 산천초목을 방랑하며 만난 사람들 속에서 새롭고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는 그의 여정이 아름답고 반가워 TV를 껴안을 뻔 했다. 그것이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임거사는 세계적으로도 자연요리연구가로 명성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러한 수식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다. 곰탕에 꽃 한 송이를 꽂는 ''밥-도인''이다. 그가 지은 밥에는 사람들의 허한 뱃속은 물론 그러한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진실한 인간애가 녹아있다. 그러하기에 실로 ‘공양’이다. 공양‥. 절간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친숙하고 흔한 이 말에 그토록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있을 줄이야, 사람들은 그가 지어낸 밥을 통해 공양의 의미를 진정 이해했다.

수년 전, 그가 운영하는 밥집(산당 031-772-3959)에 처음 찾아갔을 때도 그러했다. 당시 동행한 지인 중에 임거사를 만날 일이 있어 물어물어 식당까지 찾아간 날, 그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중이었고 단아한 인상의 그의 아내는 뜰 앞에서 작은 꽃들을 심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정식차림을 주문했고, 작은 꽃게들이 달맞이를 하러가는 꽃게튀김에서나 돗나물이 봄을 알리듯 꽃처럼 피어난 난자요리에서나 음식 하나하나에 배인 예술적인 노고와 정성에 감동했다. 미국에서 온 지인이 임거사를 만나려던 이유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가 미국에 있는 한 절에 와 주변에 난 풀을 뜯어 공양을 지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음식을 먹어본 한 미국인이 깊은 감동을 받아 한국에 가면 대신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란다. 그러한 연유로 그날 임거사와 그의 요리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오래도록 시간을 내어 자신의 음식철학과, 언젠가는 아프리카로 건너가 그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싶다는 아름다운 꿈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다.

호기심 많은 내게 그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내는 화두와 같은 묘책도 일러주었다. 그것을 일컬어 그는 ‘환상법’이라 했고, 환상법의 비책 중 하나가 바로 ‘곰탕에 꽃 한 송이 꽂기’였다. 그 말은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서 이어졌다.

“사랑을 음식으로 표현하면 어떤 음식 정도가 될까요?”
그는 서슴없이 ‘곰탕’이라고 했다.

“음식에는 법도가 있어요. 어떤 것은 단순하게 조리할 게 있고 어떤 것은 푹 고아야 할 것이 있죠. 가령 사랑을 고백할 때는 오래도록 푹 고아야하는 곰탕과도 같아요. 곰탕을 정성껏 끓여놓고 거기에 꽃 한 송이를 꽂는 것‥. 그것은 환상법이죠.”

내 머리는 순간 정지되어 생각이 멈췄다. 식당 문을 나설 때야 비로소 머리통이 다시 작동돼 “그럼 꽃을 꽂기 전에 곰탕은 뭐예요?”, “곰탕에 굳이 꽃을 왜 꽂아야 해요?”라며 어리석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곰탕은 진리를 구하는 법이라, 꽃을 꽂는 건 거기에 환상을 부여하고 입히는 거죠. 행복하게 사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요. 그냥 살면 뭐해요‥.”

그의 명쾌한 설명을 뒤로 한 채 달리는 차 안에서도 나의 아둔한 머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뇌었다. 왜 하필 곰탕이지?, 곰탕이 어째 진리를 구하는 법이 되지?, 곰탕에 꽃을 어떻게 꽂지?, 환상법이 과연 필요할까?, 그러면 좀 살맛이 날까?….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소화하기까지 내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조금 알게 된 것은, 그는 내게 삶을 지혜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었다는 거다.

전라도 섬마을로 지리산 촌부락으로 강원도 두메산골로, 다큐멘터리 속 그는 이 땅 구석구석을 돌며 허드레 풀도 최고의 음식으로 바꿔 사람들과 소통하며 곰탕에 부지런히 꽃을 꽂고 있었다.

“세상이 전부 스승이고 요리 재료인데 어떻게 머물러있겠어요. 아마 못 걸어 다닐 때까지 여행을 하겠지‥. 살아있는 동안엔 끊임없이 이렇게 할 거예요. 또 다른 내 안의 행복을 찾아‥.”

그래서 여행을 멈출 수가 없다는 임거사. 그는 가히 ‘환상법의 대가’였다.

함영 작가 |
2009-11-30 오후 4:45:00
 
한마디
seobo 곰탕의 고기는 누구의 고기입니까? 다겁생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면 내 살점이요, 내 어머니 살점이 아닐까요? 함영 작가님 제발 좋은 글솜씨 식탐을 벗어나는 글 좀 쓰세요.
(2010-01-14 오후 4: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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