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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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똥독과 술독에 빠지다
선진 스님 ‘동이이(同而異)’전




“부처님 담은 그 독이요? 그거 똥독이에요(하하).”
불단 위에 장엄돼 있어야 할 부처님이 똥독과 술독에 빠져있다. 불상 내부에 장엄물을 넣는 복장(佛腹藏)의식 전문가인 선진 스님(대구 보현암 주지)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똥독과 술독 안에 빠진 부처님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랄 일이나, 스님은 너무나 천연덕스럽다.

“그 똥독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똥독 안에 말라붙어 있는 거 진짜 똥이에요.”


선진 스님은 불교 전통의식 가운데 하나인 불복장 의식을 전수받았다. 불복장 전문가가 드물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유일한 비구니가 선진 스님이다. 스님은 불복장 의식을 현대적 이고도 선(禪)적인 해석과 감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부처가 똥독에 들어가 있다고 부처가 아닌 것은 아니죠. 존재하는 상(相)만 다를 뿐 이 세상 모든 것이 본래 하나잖아요?”

스님이 똥을 화두로 집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옛 선사들이 부처와 조사를 ‘똥막대기’라고 꾸짖고, 스님이 입는 옷을 ‘분소의(糞掃衣)’라 해 똥을 닦아낸 천을 다시 기워 만든 것에 착안했기 때문이리라.


선진 스님이 작품에 대해 고심하며 명상에 잠겨있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바로, 이거다”라며 작품을 만든 것이 ‘똥독, 불상’이라는 작품이다. 스님의 또 다른 작품 중 ‘술독, 불상’은 깨진 술독 안에 부처가 앉아있는 모습이다.

“처음엔 술독이 온전했는데, 사진촬영을 하기위해 작품을 옮기던 중 그만 독이 깨져 버렸어요. 순간 너무 화가 났지만 다시 들여다보니 작품에 새로운 의미가 보태져 있더라고요.”

스님의 아이디어에 우연한 사건이 더해지며 탄생한 ‘술독, 불상’은 비하인드 스토리만으로도 청량한 감로수와 같은 가르침이다. 더욱이 깨진 술독을 통해 바라본 부처의 모습은 혼돈스럽고 무질서한 세상에 법등을 밝혀주기 위해 술독을 깨고 나온 것처럼도 보인다. 더욱 성스럽지 아니한가.

작품 감상에 앞서 주지해야할 사실은 스님이 부처를 가장 더러운 똥독과 술독에 둔 것이 부처님에 대한 폄하가 아닌 최고의 공경을 담고 있다는 점. 선진 스님은 생과 사, 염(染)과 정(淨), 유와 무, 미와 추, 생성과 소멸 등 둘이 아닌 모든 상을 넘어 한마음에서 비롯됨을 암시하고 있다.


작품 ‘은복 여래장’ 또한 불복장 의식을 독창적인 추상미로 재현했다. 바닥에 깔린 100여 장의 검정색 아크릴판은 무명번뇌의 중생을 의미한다. 번뇌가 곧 보리며 중생이 곧 부처 아니던가. 또한 흰색 아크릴 상자 속 노란색 보자기는 불신(佛身)을 뜻한다. 황초 보자기 안의 후령통에는 복장물 75가지가 각각 담겨 있으며, 호롱불은 한마음, 화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등불이다.

“작품에서 불교적인 전통 소재를 현대미술 형식에 접목시킨 까닭은 불복장에 담겨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일반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이해시켜 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불복장에 대한 참된 의미를 알고 부처가 돼 한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동이이(同而異)’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선진 스님의 전시는 작품 하나하나가 감로법문이요, 선기(禪機)가 활활발발한 법석이다.

파괴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며, 예술인이자 구도자로 숭고한 삶을 사는 스님의 전시는 29일까지 대구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다.(053)951-3300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09-11-20 오후 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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