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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현신으로 어딘가에 깃들여 있다면 그곳은 티베트일 것이다.”
‘차마고도(茶馬古道)’ 5000여km는 접근 자체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신비에 갇힌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길이지만 신의 가피가 없으면 살아나올 수 없는 곳을 담은 영상은 삶의 진정한 행복에 물음표를 던져줬다.
1년 4개월 생사를 오가며 사라져가는 차마고도의 모습을 담았던 KBS ‘차마고도’ 책임프로듀서 김무관 PD가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를 찾았다. 11월 18일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강좌에서 김무관 PD는 촬영당시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말살되는 티베트 불교의 현재를 소개했다.
김무관 PD는 “차마고도를 넘는 과정은 치열한 생존투쟁과 같다. 혹독한 추위와 힘든 여정 속에서도 그들은 모포를 개면서도 불경을 외고, 잠들기 전에도 불경 독송을 한다. 티베트는 불교를 떼어놓고는 이야기 자체가 되지 않는 나라다. 그들의 삶의 방식이나 자연풍광에는 관세음보살의 현신이 스며들어 있다”고 회고했다.
티베트인들의 일생일대 최대의 소원인 오체투지 순례를 ‘이해되지 않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김 PD는 “촬영팀 모두 그들이 ‘왜 하는지’ 의문이었다. ‘왜 하느냐’고 물으면 ‘이세상의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갑니다’ 라고 대답해 인터뷰용 발언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체투지는 연출되지 않는다. 중생의 이익을 위한 이들의 오체투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넘어선 세계다. 2200km를 9개월간 오체투지로 이동해 족황사원에서 다시 2개월간 10만 배를 한다. 10만 배를 마친 그들의 얼굴을 보면 ‘저것이 바로 부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무관 PD는 “차마고도는 1~2년 안에 그 모습이 사라질 것이다. 사라지기전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최근 중국의 티베트 탄압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서부의 칭하이 성 시닝과 티베트 자치구 라싸를 연결하는 칭짱철도가 들어서면서 차마고도를 비롯한 티베트의 전통은 없어지고 라싸는 지금 다 망가지고 있다. 노래방, 음식점, 룸싸롱 등이 들어서고 활불(活佛)을 대처승으로 만들어 티베트의 정신문화중심인 불교정신 말살에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앞으로 5년 내에 차마고도 만이 아니라 전통 티베트의 모습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밝힌 김 PD는 정신문화를 다룬 새로운 다큐도 기획중이다. “현재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제목으로 한 다큐를 기획중이다. 서양에서 불교는 종교를 떠나 삶의 중요한 철학으로 일상생활에 투영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미얀마, 스리랑카 등 개인 수행정진과 해탈을 위한 사찰이 많다. 이런 지역을 찾아 때묻지 않은 불교와 깨달음의 정신들을 다룰 계획”이라며 “현재는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진행을 유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