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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무비 스님을 뵙기 위해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 보제루 처마에 걸린 풍경이 이정표처럼 염화실을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풍경소리를 따라 걷다보니 풍경소리는 절집의 또 다른 향기란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야 느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의 향기처럼 풍경소리는 절집의 마당을 밟아야 들을 수 있는 향기였다.
염화실 마당에도 풍경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풍경소리 끝에서 스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은 몇 해 전에 큰 병을 이겨내고 인터넷에 ‘염화실’이란 카페를 열어 획기적인 전법의 장을 펴고 있었다. 귀한 법문을 듣고 염화실을 나섰다. 멀어지는 담장 너머에서 스님의 시선이 따라오고, 도량으로 불어온 바람은 향기가 다한 풍경을 다시 흔들고 지나갔다. 염화실 마당에도 풍경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것이다. 스님은 처음 머리를 깎았던 절집의 염화실 마당에서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