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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미소를 대표하는 모나리자와 반가사유상 두 이미지가 만났다. 수려한 몸매로 심플한 절제미의 극치를 보이는 조선 백자는 현대적 섹시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와 어울렸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 만나 영산회상을 이룬 김중식(48) 작가의 개인전이 11월 28일까지 서울 신사동 필립강갤러리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사람과 물질을 융합시켜 색다른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김중식 작가는 프랑스국립학교를 졸업하고 파리와 국내를 오가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런 김중식 작가의 이번 전시는 ‘이중주의 하모니’다. 전시 제목처럼 그의 작품은 여러 음표가 만나 하나의 음악이 되는 것처럼 대비되는 이미지가 만나 제3의 이미지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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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대표작 ‘마주보는 오드리 햅번’에는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오드리 햅번과 또 하나의 익숙한 그림이 함께 배치돼 있다. 바로 반가여래상이다.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을 쉽게 알리고 싶었죠. 그래서 동?서양의 이미지를 함께 작품에 등장시켰습니다.”
반가여래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오드리 햅번의 모습은 의외로 낯설지 않다. 작품속 오드리 햅번의 눈빛은 신심 가득한 불자들의 눈빛만큼이나 따스하게 느껴진다.
김중식 작가는 “이러한 시도가 작년 파리 전시회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을 알리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반응들이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대비되는 두 이미지가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김중식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업 기법 때문이다. 캔버스에 이미지를 그린 후 구멍(dot) 뚫린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다시 다른 이미지를 그린 후 종이를 떼어내면 구멍 뚫린 부분만 이미지가 남게 돼 독특한 시각적 세계를 보여준다.
이런 독창적인 그만의 기법과 어울려 탄생된 새로운 이미지는 팝(pop)적인 느낌이 강해 또 다른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원(dot)은 공, 우주, 해, 달, 별, 세상을 상징하고 눈과 렌즈 같은 시각장치를 상징하기도 하죠. 원은 자동성,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어 긍정과 옳음을 표현합니다. 저는 원 속에 모든 사물과 움직임이 존재한다고 보는데, 둥근 원을 보면 엄마의 뱃속에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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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의 ‘원’은 선의 안과 밖을 분별하지 않는 절대적인 크기다. 중국 선종의 3조 승찬 스님은 <신심명>에서 “지극한 도는 참으로 원융하고 장애가 없어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다”고 말했다. 김중식 작가의 작품에는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같은 대중적인 이미지와 모나리자?피리부는 소년의 명작그림, 반가여래상?백자 등 우리의 전통문화, 부처와 예수의 모습 등이 동서양의 문화와 종교를 구분 짓지 않고 등장한다.
김중식 작가는 “종교와 문화를 초월해 다양한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며 “떠돌다 만난 형상, 집합체, 생명, 움직임 그 자체가 나의 그림이며, 그런 원 속에 담긴 그림들은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둥근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무상의 깨달음을 말해주는 김중식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조화와 관용의 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느껴보자. (02)517-90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