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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기가 친자매와도 같은 미장원(머리향기2 054-772-2037)의 주인 신언니와 그를 도와 일하고 있는 김언니는 오늘도 여전하다. 손발만큼이나 마음이 척척 맞는 두 언니의 쉼 없는 수다로 오늘도 작은 미장원 안은 다정(多情)으로 넘친다.
“언니, 참 재주도 좋소. 혼자 거울보고 뒷머리까지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렇지, 다시는 그러지 마이소잉.”
나의 심상치 않는 머리상태를 점검한 신언니가 반가운 인사를 구박으로 대신한다. 요즘은 파마의 종류도 가지가지라 선택을 하기도 어지럽다. 단순무식한 내 고집으로는 자고로 파마란 뽀글뽀글해야 제격이니, 그러한 성향을 익히 아는 두 언니는 두말할 것도 없이 촘촘히 구루프를 말아준다.
“신아야, 오늘은 그냥 밥 시켜먹자. 이집에서 시켜 먹어볼까?”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아 밥 때를 놓친 두 언니가 근처 새로 생긴 분식집에 주문을 할 모양이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소원 중 하나가 ‘미장원에서 파마하며 밥 시켜먹기’였는데 때는 이때라, “언니, 나도 시켜줘요”라는 말이 자동반사로 나와 버렸다. 시장기가 찼는가, 방금 전 음식을 주문을 한 신언니가 구르프를 말고 창밖을 내다보던 내 옆으로 다가와 분식집의 배달 오토바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가을이 되니까 기분이 좀 그렇다. 날도 쌀쌀해지고 뭔가 허전하네‥.”
밥 타령에서 뜬금없이 가을타령으로 넘어간 신언니에게 “옛 애인이라도 생각나요?”라고 농을 던지니, “언니, 옛 애인 얘기는 하지도마래이. 옛날 애인이고 뭣도 읍다. 나는 첫 남자랑 무조건 결혼해야 되는 줄 알고, 일 년도 연애 않고 결혼해 첫해에 바로 애 놓고 살았재”라며 그 사연이 봇물 터지듯 한다. 주말드라마에서처럼 남녀주인공의 사랑처럼 이룰 듯 말듯 한 애달픔이나 극적 반전도 없이 20대 초에 만난 첫사랑과 무난하게 결혼한 자신의 러브스토리가 맹숭맹숭했던지 신언니는 창피한 얘기라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말란다.
“에고, 결혼하면 누가 이름 불러주는 사람도 읍다.”
“내가 매일 ‘수아야’ 라고 네 이름 불러주잖아.”
두 언니의 바통을 이은 신세한탄과 위안이 의좋게 오가는 사이, 미장원 한쪽 테이블에는 배달된 참치김치찌개와 떡볶이와 오징어라면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그런데 음식의 때깔부터가 당체 입맛에 댕기질 않으니 아니나 다를까, 먼저 수저를 들어 떡볶이를 시식한 김언니의 입에서 “어우, 완전 소태다 소태”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야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