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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이 일어선다. 슬픔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중은 울고, 마지막이 아니라면서 법구는 길을 나선다. 2004년 11월 18일, 석주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가 부산 범어사에서 있었다. 영정은 낙엽 위를 걷고 있었고, 깊어가던 산문의 풍경은 잠시 시절을 놓은 듯했다.
불이 들어간다. 스님은 ‘나고 죽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사라 했지만, 불길 끝에 매달린 시선들은 스님의 말씀을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은 부처님 곁으로 가셨고, 도자기를 끌어안고 글씨를 쓰던 스님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스님의 마지막 법문도 끝이 나고, 대중은 한 줌 연기 속에서 스님의 마지막 글씨 한 점씩을 받아들고 겨우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