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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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취임사



자승 스님. 사진=박재완 기자.


취임사

존경하는 종정 예하와 원로 대덕 큰스님, 그리고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으로 수행정진과 불법홍포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종도 여러분께 삼가 머리 숙여 예를 올립니다.
아울러 축하메시지를 보내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이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사부대중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원로대덕스님과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은 지난 선거를 통해 확인된 전 종도들의 여망을 함께 모아 제33대 총무원을 출범시키는 날입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확인된 종도 여러분의 염원을 바탕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3대 총무원장 소임을 맡게 되니 벅찬 영광과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를 유일하게 계승하고 있는 청정수행 종단으로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사를 향도해 왔습니다. 민족이 분열되었을 때는 통합의 원리를 제공하였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는 분연히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구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슴은 부처님의 자비로 가득하고, 인연의 소중함과 상생의 가치를 최고 미덕으로 삼아 행여 미물이라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언어와 관습은 물론 놀이와 통념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며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불교의 찬란한 역사와 계계상승繼繼相承해 온 청정가풍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은 물론 인류의 정신사를 향도해갈 찬란한 법등法燈을 밝혀야 합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날 현대사회는 급격한 다원화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에 혼란이 일어나면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개방화 물결은 무한경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인간성마저 상실케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갈수록 고도화되는 정보화는 사생활침해, 정보격차, 익명성으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 모든 갈등과 대립, 그리고 인간성 상실의 시대적 과제는 오직 상생과 화합의 가르침, 즉 불교의 위대한 정신과 사상 속에 해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는 우리 불교인에게 참 생명가치와 평화의 길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사회 역시 이와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류가 짊어진 문제에 더하여 남북 간의 민족 갈등이라는 큰 과제를 하나 더 안고 있습니다. 거기에 소통의 부재와 개발 만능주의가 더해져서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소통과 화합 없이 평화와 발전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불교는 이제 사회와 소통하며 화합의 단초를 마련하고 무한한 사회적 책임을 통해 우리 민족과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 우리 종단과 한국 불교는 중대한 전환기에 서있습니다. 금번 제33대 총무원은 제32대 총무원이 이룩한 종단의 안정과 화합이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 종단과 불교의 중흥을 이루어야 하는 내적 과제와 함께 우리 사회와 인류에게 상생과 평화의 미래를 제시하여야 한다는 외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변화와 합리적인 종단 운영을 위해 여섯 가지의 운영 기조와 종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종단의 수행 풍토 확립과 교육 및 포교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대중공의에 의한 열린 종단 구현, 교구 활성화, 효율적인 종무행정 실현, 승려노후복지 문제 해결과 불교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특히 교육과 포교는 실로 중차대한 일입니다. 교육과 포교 없이는 종단은 물론 불교의 중흥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우리 종단과 불교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최고의 명제이자 제33대 총무원이 나아갈 방향이며,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어갈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한국불교의 변화는 고통 받고 소외된 우리 이웃과 사회 그리고 세계를 향해 ‘동체대비· 자리이타’의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그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종단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관주위보貫珠爲寶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수승한 종책이라도 종도 여러분의 동참과 협조가 없다면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종단이 아무리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하여도 수행 승가로서의 위의와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불교와 종단은 수많은 도전과 위기를 청정한 수행종풍과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안정과 화합을 이룬 지금은 내실 있는 발전과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부의 불합리와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떠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토대 위에 창의구현創意具現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등, 인류의 행복이라는 상생의 가치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구두선口頭禪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모든 종도들의 시대적 사명이자 불조께서 부촉하신 일일 것입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하면 시방세계현전신十方世界現全身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곳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습니다. 모든 불자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불교, 모든 종도가 자부심을 느끼고 신행할 수 있는 조계종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종단의 새로운 미래는 굳센 서원의 갑옷을 입은 사부대중에 의해서만 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최근 우리 사회는 신종플루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올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소외 계층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밝은 내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더 나은 기회와 희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소통 · 화합 그리고 불교중흥’을 지향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총무원은 소외된 이웃과 어려움을 나누며 함께 희망을 꿈꾸는 도반이 될 것입니다. 사회의 그늘진 구석구석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비칠 수 있도록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힐 것입니다. 또한 항상 깨어있는 수행자의 본분과 초심을 잊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책해 나가겠습니다. 그럴 때만이 불조께서는 우리에게 큰 광명을 놓으시고 역대 전등 조사님들의 정법안장이 그 빛을 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단과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무차화합하고 큰 서원으로 조계종의 새 역사를 이어갑시다.

다시 한 번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53(2009)년 11월 5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11-05 오전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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