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업설은 개인에 국한돼 숙명론으로 오해되기 쉽다. 전생의 업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국한된 업설을 공업(共業) 개념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박경준 동국대 교수는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인성)이 최근 발간한 <불교학보> 제52집에 주제논문 ‘불교 공업설의 사회학적 함의’를 기고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업사상이 개인적으로 국한된 면이 없지 않다. 이런 업설은 윤회사상과 결합해 일종의 숙명설로 곡해됐고, 불교계의 사회관계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실천에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잡아함경>에서 부처님은 A가 행하고 A가 과보를 받는 것을 상견(常見)의 극단에 떨어지는 것으로, A가 행하고 B가 과보를 받는 것은 단견(斷見)의 극단에 떨어진다고 경계했다.
박경준 교수는 “불교의 업보윤회설은 업을 짓고 과보를 받는 동일한 인격적 주체로서의 통속적인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교 업설은 신, 숙명, 우연을 부정하며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바탕한 창조적 노력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반경>에서 인간의 고락(苦樂)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제시된 4대(四大), 시절, 토지, 인민은 기세간(器世間)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4대와 토지는 자연환경으로 시절과 인민은 사회환경을 뜻한다”고 말했다.
업의 과보는 사적이고 신비적인 방식 외에 사회적 법과 제도로도 나타난다.
박 교수는 “불교의 윤리적 분석들은 개인의 업, 고통의 원인을 개인적 무지[무명]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며 “(업설을 바로 이해해) 불교도들이 사회적 문제의 관점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인간이 만든 제도들이 고통을 야기시키는 방식들에 대해 생각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그 제도들을 변화시키는 집단적 방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