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다종교 경쟁사회다. 더욱이 종교편향 등 이웃종교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때 불교의 주요 구성원인 스님의 사회적 지도력과 영향력이 약화되면 불교의 종교적 지위마저도 위태로워진다.
과거 계율을 지키고 수행으로써 간접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던 승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는 승가의 지도력이 홍법과 포교는 물론 불교계 권익보호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가 10월 19일 발표한 ‘바람직한 승가상 정립을 위한 조계종 승려 의식성향 조사 결과’에서도 승가의 지도력은 강조됐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28일 템플스테이정보센터에서 ‘조계종 승려의 의식성향과 바람직한 승가상’을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승가 지도력 강화를 위해 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에서 스님들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능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청정한 계행의 실천’(29.2%)과, ‘사회적 약자 중생에 대한 자비’(22.3%),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과 통찰’(12.9%), ‘참선 수행 이력’(12.7%), ‘교리에 대한 지식’(10.2%), 상담능력(4.3%), 설법능력(3.0%), ‘갈등조정능력’(1.8%) 순으로 답했다.
김 교수는 “응답한 스님들이 생각하는 ‘스님들의 능력’은 자질론에 많이 치우치고 있다”며 “스님들의 능력은 수행적 자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계율의 실천, 참선 등을 통해 자비심을 갖추고 통찰력을 갖추기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김응철 교수는 “응답분포로 볼 때 스님들이 생각하는 지도력은 간접적 지도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가의 사회적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스님의 자질 향상’(35.6%)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바람직한 승려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응답자 다수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정진’(38.6%)을 꼽았다.
김 교수는 “조사 결과를 보면 스님들은 전통적인 승가상에 더해 새로운 승가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승가상의 변화기에서 아직 확고한 방향은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응철 교수는 승가상의 변화기를 교육체계 개선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승가교육을 통해 계행의 실천과 사회적 회향의 정신을 강조하고 그것에 필요한 교육 내용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승가의 위상강화를 위해서는 현행 승가교육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새로운 승가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승가교육은 맞춤형 전문교육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응철 교수는 “새로운 승가 교육제도는 수행에 필요한 일반적 자질을 함양하는 보편적 교육에 더해 개인의 약점을 보완하고 전문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승가교육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기관별로 반영된 소집단 이기주의와 문중과 교구중심적 사고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