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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중간고사기간으로 인해 대학생들에게 가장 바쁘면서도 힘든 시간이었다. 시험의 압박과 스트레스는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시험기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간절하게 만들며, 일탈을 꿈꾸게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영남대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아닌 교수들이 일탈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영남대의 일명 ‘괴짜교수’라 불리는 철학자 최재목(철학과), 법학자 박홍규(교양학부) 교수는 10월 19~23일 영남대중앙도서관에 그들만의 일탈공간을 만들었다.
“삶이 참 무료하게 느껴지더군요. 누구나가 다 그렇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연구 활동과 학교생활에 모두 지칠 대로 지쳐있었죠. 그러다 결국 사고를 치기로 결심한 겁니다.”
평소 불교와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최 교수와 박 교수는 무료한 삶의 돌파구를 찾다가 몇 년전 함께 미술전시를 가져 보자던 이야기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실현시켰다. 이들의 전시는 ‘러브 붓다’라는 제목으로 총 6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일탈을 꿈꾸는 이들의 바람이 담겨져 있어서 인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작품들로 영남대 중앙도서관을 장엄했다.
실험정신이 돋보인 최재목 교수의 작품은 매니큐어, 매직, 치약, 스티커 등의 다소 신선한 재료로 그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붓다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데, 그 모습은 노숙 달마, 양복 입은 반가사유상, 새색시 붓다, 한복 혹은 청바지를 입은 붓다의 모습 등 우리가 평소 상상할 수 없었던 발칙한 발상으로 붓다의 모습을 재현했다. 전시 제목이 ‘러브 붓다’임에도 최 교수가 그려놓은 붓다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최 교수는 이번 작품에 대해 “한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부처님은 싫었다. 불교에서 ‘만상만물’이라고 말하듯, 모든 것을 사랑하고 깊이 있게 보고자 이렇게 붓다를 표현했다”며 “불교에 대한 매너리즘이 아닌 독창성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 번의 전시회 경험이 있는 박홍규 교수와 달리 최재목 교수는 이번 전시회가 첫 전시회이다. 평소 취미로만 그림을 접해 자신의 그림이 ‘낙화(落畵)’라 말하는 최 교수의 말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독특하고 뛰어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런 최재목 교수의 작품을 두고 이번 전시에 함께 참여한 박홍규 교수는 ‘이단아적 발상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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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교수의 작품과는 반대로 박홍규 교수의 작품은 주로 풍경화와 인물화를 다뤘다. 지난 7월 한 달간 인도를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것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수채 물감과 파스텔로 그려진 사실적 묘사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화려한 터치와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그의 작품 중 ‘펩시콜라’ 광고간판 아래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노숙자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인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두 사람이 이렇게 전시회를 열기까지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10여 년 전 법산 스님(대구 여래선원장)이 주측이 돼 ‘남전대장경’의 번역작업을 같이 시도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비록 번역 작업일은 도중에 무산됐지만 불교와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그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본업이 인문학자인 이들은 “틀을 깨뜨려야 깨침이 있고, 깨우침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철학 법학 문학 공학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장르에 불교 사상을 ‘크로스-오버’시킨다.
자신들의 작품은 관심의 연속이며, 그것은 불교에 대해 자신의 삶을 비추고 자신의 삶에 불교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요소라 말하는 이들은 각자의 길에서 끊임없이 틀을 깨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내년에는 좀 더 완성된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며, 불교사상이 밑바탕이 된 음악 작곡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문학 등 표현기법만 다를 뿐 담고자 하는 생각과 의도는 같을 수 있다”며 “스스로 장벽을 깨는 시도들을 통해 학생들은 물론 일반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최재목・ 박홍규 교수.
앞으로 그들의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통해 좀 더 새로운 불교예술의 탄생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