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산한 목요일 오전 11시. 작은 가게 안에 네 살배기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고르는 새댁과 보물창고라도 발견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경삼매경에 빠진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드문드문 익숙한 듯 바쁜 걸음으로 사무용품을 찾는 직장인 손님들도 다녀간다. 의류, 주방용품, 도서, 아동용품, 컴퓨터용품, 침구, 가구, 예술품 등 있어야 할 것 다 있고, 없을 것도 있는 이곳은 아름다운가게 금정점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쓰지 않는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는 전국 규모의 비영리단체다. 오는 12월 30일이면 개점 2주년을 맞는 금정점은 부산 금정구 구서동 구서시티타워 1층에 자리해 전국에서 95번째, 부산에서는 6번째 ‘아름다운가게’ 매장이 됐다.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금정구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이 적극 유치하고, 부산도시공사가 매장을 기증하는 등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문을 열었다. 현재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이 운영위원장,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이 고문을 맡고, 부산울산본부 정종복 간사와 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마음으로 운영중이다. 특히, ‘활동천사’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진열된 상품 하나하나 빛이 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자원봉사자 여경이(50) 씨는 “집에서는 보잘 것 없던 물건이 이곳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하게 판매 된다”며 “쉽게 주어지는 것들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단연 의류다. 요즘에는 워낙 옷감도 좋고, 유행에 민감해 비싸게 주고 구입한 새 옷도 금방 싫증내고 옷장에 묵혀두는 경우가 많아, 이곳 옷들은 새 옷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주방용품과 장난감도 월 수 금 일주일에 3번 새 상품이 들어오는 날이면 동이 난다고 한다.
자원봉사자 박화자(48) 씨는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집에만 있던 때보다 훨씬 집안일을 열심히 하게 됐다”며 “많은 분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운 자원봉사자와 활동천사들을 위해 매월 한 차례 모여 가게 운영에 관한 대화와 조촐한 식사 자리가 마련된다. 지난달에는 운영위원장인 심산 스님이 직접 홍법사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심산 스님은 “사회가 없이는 불교도 있을 수 없다. 불교가 사회와 소통하고 힘을 합칠 때 비로소 불교가 존재할 것”이라며 교계의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이미 서울 봉은사 내에 ‘아름다운가게 지점’이 들어섰고, 서울에서는 사찰 또는 불자 모임,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정기적인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의 임직원들의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기증하고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아름다운 토요일’ 및 ‘아름다운 하루’, 현장 부스에서 직접 판매하고 기부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나눔 장터’ 등 참여 할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가을을 맞아 개산대제나 산사음악회, 큰 법회 등을 열면서 한편에서 ‘아름다운가게 야외행사’나 ‘움직이는 가게’를 마련해,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은 어떨까.
문의 (051) 847-8701 www.bsto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