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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가을, 안타까운 시절 속에서 고뇌하던 몇몇 스님들은 희양산 봉암사에 걸망을 풀었다. 부처님 법대로만 살기로 약속을 하고, 안타까운 시절과의 결별을 다짐했다. 훗날 그 뜻 깊은 시간들은 시절을 극복해 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큰 의미가 됐다.
또 다시 가을이 찾아오고, 전국의 수좌들이 봉암사를 찾았다. 봉암사결사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법회가 시작됐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하옵니다.” 영진 스님이 참회문을 낭독하자 사부대중은 합장으로 참회에 동참했다. 다시 안타까운 시절이 찾아온 걸까. 60년 전의 그 도량엔 1만의 사부대중이 비를 맞으며 기억 속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안타까운 시절마다 대중은 모여서 약속을 했고, 다짐을 하며 떠나갔다. 모두가 떠난 봉암사. 마당엔 가을바람만 서성거리고, 담장 너머에선 누군가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