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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이전의 당신은 무엇이었는가?”
‘담배가게의 성자’ 마하라지의 마지막 가르침
담배가게 성자|발세카 지음, 이명규 송영훈 옮김|책세상 1만8000원




마하라지.
“태어나기 이전의 당신은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화두와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의 진실한 본성 또는 불성을 묻는 이 화두는 위산영우 선사가 향엄지한 스님에게 던진 질문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위산 선사가 경학을 통해 진리를 깨달은듯이 자부하던 향엄 스님을 불러 놓고 이렇게 다그쳤다.

“자네가 평소 경전을 읽었거나 누구에게 들어서 아는 지식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그런 것이라면 젊은 자네가 나보다 더 나을 것이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자네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 이전, 아직 동서도 가리지 못하던 때의 너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어디 한번 말해 보라.”

이것이 바로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이란 화두다. 이 질문에 꽉 막힌 향엄 스님은 크나 큰 의심을 안고 용맹정진하다가 우연히 대나무 소리에 돌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찰나 화두를 타파하게 된다.

향엄 선사처럼 구도자들에게 “태어나기 이전의 당신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스승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선사(禪師)일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 이러한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수행자들을 뿌리와 근원으로 되돌리는 명상가가 있다. 선(禪)과 가장 유사한 가르침을 전한 그는 바로 니사르가닷따 마하라지(Nisargadatta Maharaj)이다.

20세기 인도가 낳은 성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마하라지의 가르침을 엮은 <담배 가게 성자―마하라지의 마지막 가르침, 완전한 깨달음>(책세상)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담배가게를 운영하며 말기에 후두암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설법을 계속했던 마하라지의 최후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어 ‘진리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1982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 구도자들의 고전이 되어왔다. 16년만에 새롭게 번역ㆍ출간된 <담배 가게 성자>는 해공명상센터를 이끄는 무위해공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하라지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명상무용가 홍신자씨의 추천사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마하리지는 “태어나기 이전의 당신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과 관련, “진리에 대한 통각은 오직 통각 하고자 하는 자아가 사라질 때, 말하자면 자신을 실체라고 믿는 ‘찾는 자’ 자신이 사라질 때에만 가능하다”며 이런 힌트를 주고 있다.

<담배 가게 성자> 표지.
“태어나기 전의 자네는 무엇이었나? 그 상태에서 어떤 필요나 바람이나 욕구가 있었을까? 실재에 대한 것이든 자유나 해탈에 관한 것이든 그런 바람이 있었을까? 자네의 그 이전은 일체요, 절대적 현존이요, 상대적 부재의 상태야. 그것이 자네가 바라는 진실한 모습이요 본성이지. 이것의 나툼이 의식이고, 내가 있음이며,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지. 그러나 태양의 반영이 태양이 아니듯 그것이 절대적 현존일 수는 없는 거야.”

‘네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란 ‘나(ego)’라는 개체적 인식이 없는 상태, 즉 무아(無我)의 경지를 말한다. 현상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지금이라도 내가 개체적 존재가 아니라 전체성이라는 사실을 확연히 깨닫기만 한다면 바로 참나인 ‘절대성’의 상태란 것이다. ‘절대’란 색(色)과 공(空)이란 상대성의 양쪽을 모두 포괄한다. 다만, 개체를 나라고 착각한 순간 개체의식에 속아서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시비분별하는 의식구조 때문에 진리의 전체성을 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마하라지의 가르침이다. 그의 설법은 오랫동안 참선공부를 하다가 지쳐, 이제는 포기하고 싶은 심정의 구도자들에게 적지 않은 자극과 발심의 동기를 제공할 전망이다.
김성우 기자 | buddhapia5@buddhapia.com
2009-10-19 오후 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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