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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10월 14일 ‘종도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저는 대중이 원하는 뜻을 수순해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직 저의 역량과 덕이 부족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념 스님은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어느 특정후보 지지세력이 대세를 장악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심지어 월정사 교구에서조차 ‘이미 결과가 나온 선거에 나서는 무모한 일’이라는 입장이 우세한 실정”이라며 “종단 상황에서는 당락을 떠나 출마해 변화에 일조해야 하지만, 교구장으로 혼자만의 입장을 고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스님은 이어 “저는 그동안 ‘이 종단이 그래도 살아있다는 몸짓을 보여줘야하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닌가’하는 생각과, 주변 권유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깊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혔다.
스님은 지지자들에 대해 “순수한 뜻을 지지해준 분들에게는 송구한 마음이나, 작금 종단상황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시리라 믿는다”며 감사와 양해를 구했다.스님은 33대 집행부에 대해 “총무원은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 내는‘종교 사상운동의 구심점’이 되야 한다”며 “교구 자치 실행,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혁, 승가 교육혁신, 중앙기구의 개편, 수행과 신앙의 현대화, 불교사상의 다양화, 새로운 불교운동과 포교정책 등 불교를 새롭게 혁신하는 의제들이 중지를 모아 잘 다듬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념 스님은 끝으로 “우리 시대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는 총무원장이 선출되길 희망한다. 오대산에 단풍이 드니 가을소식인 줄 알겠다”며 글을 마쳤다.
아래는 정념 스님의 ‘종도들게 드리는 글’ 전문이다.
종도들께 드리는 글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께 귀명정례 하옵니다.
저는 오늘 33대 총무원장 선거에 즈음하여 그동안 따뜻한 격려와 준엄한 비판을 보내주셨던 스님들과 종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예를 올리며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세계문명은 지금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물질문명의 극한적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 방황을 거듭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신문명을 찾아 갈구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과 문명사적 가치 속에서 새로운 해답을 주어야 하며, 종단은 내부 변혁의 추동 속에서 새로운 문명의 물꼬를 트는 시대적인 소임을 다 해야 합니다. 불교는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대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종단은 지금 스스로의 변화를 추동시킬 수 있는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우리 종단이 새로운 시대문명을 열어가는 불교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승가의 교육 개혁과 시대상에 맞는 교단 운영의 틀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철학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고민들을 제도권 속에서 이뤄보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선거는 유례없이 어느 특정후보의 지지 세력들이 대세를 장악하여 세력화하고 일찌감치 당선을 결정지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월정사 교구에서조차‘이미 결과가 나온 선거에 나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입장이 우세한 실정입니다. 종단의 상황을 보아서는 당락을 떠나 마땅히 출마하여 종단의 변화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교구장으로서 혼자만의 입장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것이 솔직한 저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선거와 관계없이‘이 종단이 그래도 살아있다는 몸짓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닌가’하는 생각과, 주변의 권유대로‘가만히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깊은 고민을 해 왔습니다.
또한 유력후보로 거론된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상황들이 참 곤혹스러웠습니다. 대중을 수순하며 산중에서 수행과 더불어 지역포교에 신명을 바칠 것인가, 아니면 납득하기 힘든 과정들과 의혹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출마를 하여 종단과 불교발전을 위해 남은 삶을 회향할 것인가를 두고 말입니다.
저는 대중이 원하는 뜻을 수순하여 이번 선거에 출마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은 저의 역량과 덕이 부족함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저의 순수한 뜻을 지지해주신 분들에게는 송구한 마음이나, 작금의 종단상황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시고 자비로 섭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종단의 어른스님들과 종도를 대표하는 선거인단 여러분!
그리고 불교의 앞날을 걱정하며 지금의 선거과정을 예의 지켜보고 있는 불자 여러분!
이번에 선출되는 총무원장은 우리 종단이 한국 정신문명의 중추적 리더로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종단을 개혁하고, 더 나아가 세계불교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정신혁명의 중추역할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총무원은‘인사, 조직, 재무’에 치중하는 행정적 조직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새로운 불교’를 만들어 내는‘종교 사상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야 합니다.
미래사회는 변화와 단절, 속도와 불확실성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불교는 이러한 가파른 변화의 파고(波高)에 정신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선각(先覺)의 기능을 복원해야 합니다.
저는 앞서 교구 자치의 실행,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혁, 승가 교육혁신, 중앙기구의 개편, 수행과 신앙의 현대화, 불교사상의 다양화, 새로운 불교운동과 포교정책 등 우리 불교를 새롭게 혁신하고, 조계종이 새로운 시대문명에 부응하기 위한 종책들에 대한 저의 소견을 밝힌 바 있는 데, 이러한 의제들 역시 향후 불교계의 중지를 모아 잘 다듬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총무원장선거는 중앙종회의원과 교구선거인단만으로 구성된 선거형태로서는 많은 폐단이 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인연과 관행에 머물러서도 안 되며, 현대문명과 흐름에 부응하고 미래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시대적인 소명을 선도하기 위해 전 종도가 함께하는‘대 담론의 장’과‘축제의 장’이 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선거로 전락되어서는 더욱 안 됩니다. 그런 의식으로는 새로운 불교운동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우리시대에 부여된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 가는 통찰력 있는 총무원장이 선출되길 희망합니다.
진심으로 발원하오니, 불조의 혜명이 이 땅에 더욱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유통교해(流通敎海)의 가르침이 더욱 아름다운 우담바라 꽃을 피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이 이러한 21세기 한국불교의 이상과 사명을 실천하는 중추기관이 될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결집할 수 있기를 제불보살님 전에 간절히 기원 드리옵니다.
그동안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성원과 격려, 질책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오대산에 단풍이 드니 가을소식인 줄 알겠습니다.
불기 2553(2009)년 10월 14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