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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세암에 하룻밤 묵었던 적이 있다. 봉정암에 가는 길이었다. 늦여름 태양 아래 설악산이 꼼짝 않고 서있고, 아이들 들락거리는 골목길 대문처럼 오세암이 열려있었다. 몇 해 전 초등학생 딸아이가 정채봉 선생의 동화 ‘오세암’을 훌쩍거리면서 읽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나도 ‘오세암’을 읽었다.
툇마루에 앉았을 때 종루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종소리 너머로 동화 속 오세암이 보였다. 길손이는 이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관세음보살을 만났고, 관세음보살을 부르다 엄마를 만났다. 책을 다 읽고 난 딸아이가 내게 물었었다. “아빠, 오세암 진짜 있어요?” 그 때 나는 오세암은 설악산에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오세암은 수 없이 많이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볼 수 없는 엄마를 기다리는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