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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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
'있는 그대로 사는 삶 자체가 불교'



마하간다용 스님들이 탁발해온 공양물을 먹고 있다 상좌부 불교는 철저한 계율을 지키는데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공양시간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좋은 차를 사고 딱 일주일,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딱 한 달, 고생 끝에 내 집 마련 후 6개월이 지나면 신선함과 설렘이 사라진다고 한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의 9월 21~26일 템플스테이 운영자 연수회를 쫓아 미얀마 동행취재를 하며 미얀마에서 진정한 행복과 뿌리 깊은 평화를 봤다. 인구 90%가 불교도인 미얀마는 부처님 당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다. 아침이면 곳곳에서 탁발 수행을 하는 스님을 만날 수 있는 곳. 나눔의 실천이 삶인 미얀마인들의 수행문화를 둘러봤다.

전국 템플스테이 실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40여 스님들이 세계 불교 3대 유적지인 바간 쉐지곤 파고다 사원에서 첫 예불을 드리고 사원 내를 둘러보고 있다.


#9.21- 행복의 길 찾아서

도토리를 가득 담은 다람쥐 볼처럼 터져나갈 듯 한 배낭을 짊어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났다. 지난밤부터 쏟아지는 가을비에 “비행기가 뜰 수 있으려나”하는 하찮은 걱정거리부터 군부정권의 독재정치, 언론탄압, 아웅산수찌 가택연금, 자연재해 등으로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전국 각지 유명사찰 템플스테이 운영자 스님과 관계자 40여 명을 태운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발을 뗐다. 이륙한지 5분이 지났을까? 세차게 몰아치는 비구름 뚫고 올라온 높은 하늘에는 태양빛이 가득하다.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구름에 쌓여 행복한 출발을 놓친 것 같아 이내 마음을 놓았다. 구름을 뛰어넘어 부처님을 따라 ‘황금의 나라’로 떠나는 이 길이 소중하기만 했다.
홍콩, 방콕을 경유해 10여 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양곤 밍글라돈 국제공항에 내리자 한국의 열대야 같은 더위가 밀려왔다. 마음을 내려놓으러 가는 여행길이 바로 미얀마 여행길이란다. 양곤 시내로 들어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파고다가 눈에 띄었다. 붉은 색 승복을 입고 우산을 들고 있는 스님도 보였다. 무소유의 삶을 산다는 이들의 수행의 삶이 궁금해졌다.

미얀마 만달레이에 위치한 마하간다용 수도원에서 스님들이 공양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9.22-세계 불교 3대 유적지 바간(Bagan), 천년전 수행터 남아

한반도 면적의 3.5배(678,528Km²)에 달하는 미얀마를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든 일정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첫 답사지인 바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여를 이동해야 했다. 바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한국의 경주와 같은 곳이었다. 11~13세기 ‘400만 파고다의 도시’ 바간에는 현재 2227개의 파고다들과 유적들이 남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재래시장이었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지만 그곳에 사람이 없으면 무슨 맛이랴. 우리를 처음으로 반긴 것은 작고 마른 어린 아이들의 큰 눈망울이었다. 한번 마주치면 거기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만다. 더럭 얼굴에 ‘타나카(Thanaka: 미얀마 특산품 천연화장품으로 대부분의 미얀마인들은 얼굴에 이것을 발라 피부를 보호한다)’를 발라주고는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이들이 그 유명한 ‘원달라(1$) 부대’다. 미얀마 특유의 향신료와 젓갈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틈을 타 ‘원달라 부대’는 나를 기습공격했다. 그러고 보니 내 주머니에서 달러는 훌쩍 빠지고, 내 손에는 이것저것이 매달려 있었다. 특별한 생의 감각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황금모래 언덕의 파고다’라는 뜻을 지닌 쉐지공 파고다(Shwezigon Pagoda). 사암(砂巖)으로 만들어져 금옷을 입은 쉐지공 파고다는 부처님의 전두뼈와 모조 치아사리가 안치된 곳으로 미얀마 파고다의 원형이다. 한국 법당에는 ‘양말을 신고 들어오세요’라며 맨발을 엄격히 금하지만 미얀마 사원에는 ‘맨발로 들어오세요’라며 양말, 스타킹 어떤 것도 신어선 안 된다. 유치원생 아이들도 관광객들에게 맨발로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줄 만큼 사원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맨발차림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얀마 정장 차림’이다. 정장차림을 하고 들어간 황금색 쉐지공 파고다는 태양빛을 반사해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다. 첫 답사지에서 한국 방문단은 가사장삼에 맨발차림으로 첫 예불을 올렸다.
짠짓따 우민(kyanzittha Umin)은 인공 동굴 안에 지어진 파고다로 스님들의 수행처였다. 한 낮에도 칠흙같은 어둠이 있는 이곳은 천년 전 스님들의 수행처였다니 그 어느 탑보다 신성하게만 느껴졌다.
틸로민로(Htilomonlo)파고다, 마누하(Mhanuha)사원, 부(Bu)파고다, 아난다(Ananda)파고다 등 일행은 수많은 부처님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1000년 전, 불심으로 세워진 수천 구의 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 쉐산도(Shwesandaw)파고다에 올랐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한 계단씩을 오를 때마다 수천 개의 탑들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구릉하나 없는 바간 평지에 세워진 불탑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 때, 탑 주변에 산다는 어린 아이들이 내 발걸음과 귀를 훔쳐갔다. ‘원달러 부대’는 정말이지 지독했다. 하지만 마음을 돌려본다. ‘부처님 금머리카락’이라는 높은 탑에서 이들을 만나기까지 나와 너는 얼마나 오랜 인연의 세월을 보냈을까. 인연이 있어야만 올 수 있다는 신비의 땅에서 널 만났으니 부처님께 감사할 뿐이다.

22일 바간 아난다 파고다에서 찍은 단체사진.


#9.23-종교와 문화의 중심지 만들레이(Mandalay)
‘마하간다용 수도원’

바간에서 비행기를 타고 20여 분 떨어진 만달레이는 2500여 년 전 부처님과 아난존자가 다녀간 문화ㆍ종교의 중심지다.
바간과는 달리 만들레이 곳곳에서는 수행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길에는 연령대별로 스님들이 줄지어 탁발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탁발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얀마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탁발스님에게 보시를 하여 공덕을 쌓는다고 믿는다. 갖고자 할 때보다 주고자 할 때 더없이 행복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미얀마인들의 삶의 모습과 풍경이었다.
스님들이 수행공간을 찾았다. 1914년 설립된 마하간다용 수도원을 순례한 뒤 탁발공양을 참관했다. 10시 15분이 되자 긴 쇠종을 나무 막대로 내려친다. 아침 9~10시 탁발해온 공양을 함께 먹는 것이다. 삽시간에 1700여 스님들이 공양간 앞으로 모여들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스님들의 일사분란한 행동들이 놀랍기만 하다. 한국으로 치면 유치원생부터 전 연령대가 다 모여 있는 이곳이 어쩌면 이리도 조용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공양을 드실 때에도 스님들은 단 한마디 하지 않는다. 공양물을 조용히 드시고는 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그 음식이 무엇이었고 얼마나 되었건 간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조용히 먹을 뿐이다. 어묵동정의 수행자 모습이었다.
이곳은 관광객이 와서 공양하는 모습을 참관하는 것을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마하간다용 이날 수도원에는 1300여 스님이 머물고 있었다. 그동안 배운 빨리어 경전 점검기간으로 많은 스님이 시험을 보시기 위해 출타중이셨다. 미얀마 불교는 부처의 가르침을 충실히 전수하는 권위있는 장로들의 전통 혹은 교설에 충실한 상좌부 불교(Teravada)로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기로 유명하다. 12시 이후로는 입으로 씹는 음식은 먹지 못하고, 대중과 함께 공양하는 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우에인도바다 비원따 방장 스님은 일행과 차담 시간이 약속돼 있었으나 대중과 함께하는 공양시간을 지키는 철저함을 보였다.
이라와디강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반. 강변에 즐비해 있는 수상가옥과 시골마을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을 때 거대한 탑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탑이라는 밍군대탑이 눈에 들어왔다. 홍수와 지진 등으로 많이 훼손된 밍군대탑은 멀리서도 훼손 정도가 보일 정도였다. 밍군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외국인이 오는 것은 즐거운 놀이감이자 생활수단이란다. 2인 1조를 이룬 아이들은 관광객을 안내했다. 소리가 나는 종들 중 세계에서 가장 큰 90톤 짜리 밍군종이 무게를 잡고 있었다.
이라와야디 강 주변은 미얀마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이곳에서 먹고, 씻고, 생활한다. 강 주변 모래사장 위를 뛰어 놓은 젊은 청년부터, 론지 하나만 입고 목욕을 하는 아가씨, 발가벗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이색풍경이다. 개구쟁이들이 물놀이를 하다 아가씨의 목욕바구니를 쓰러뜨렸다. 말없이 바구니를 정리해주는 아이, 뛰놀다가도 배가 정박할 때가 되면 알아서 쐐기를 밖아 배의 정박과 출항을 도와주는 꼬마 아이들, 떠날 때에는 만남의 기쁨을 배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들. 이것이 미얀마인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나보다 ‘너’가 먼저다. 나와 너의 특별한 구분을 하지 않았다. 누가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은 이들의 문화였다.
밍군 대탑으로 올라가는 길. 내가 지어준 미소 한번에 5살 짜리 꼬마아이가 활짝 웃으며 신나한다. “Slowly(천천히)"를 외치며 나를 보호해준다. 대탑의 갈라진 틈이 아찔할 정도인데 아이들은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안내를 한다. 높이만 72m 빌딩 25층 정도의 높이다. ‘스님 위험합니다. 내려오세요’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스님들과 일행은 끝까지 올라가 부처님의 땅을 친견하고 땀을 닦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삶에서 불교를 찾으려하지도 않고 찾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사는 삶 자체가 불교다.

미얀마인들은 스님들께 공양물을 올리는 것이 삶의 한 부분이다 .


9.25- 양곤(Yangon)의 마하시 명상센터

양곤에서는 이번 연수의 핵심 프로그램인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우 자띨라 원장스님을 친견하고 수행을 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마하시 수도원은 사념처관(四念處觀) 수행을 기본으로 순수 위빠사나(suddha-vipasaan?)수행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매일 법문과 인터뷰를 통해 수도자들의 수행력을 바로 잡는 지도방법으로 전 세계인을 수행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이다.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 남방 불교권에서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불교 수행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하시 수도원은 1947년 마하시 대선사가 세운 것으로 현재 약 70여개 이상의 건물이 있으며 한번에 4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종교와 국적을 떠나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수행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이 부러운 곳이었다. 또한 마하시 선원은 국민들에게 수행을 대중화 시킨 전통적인 선원일 뿐 아니라 세계 500여 곳에 분원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선원이다. 연중 무휴로 항상 수 백 명의 수행자들이 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하고 있다.

양곤 쉐다곤 파고다 경내에 봉안된 불상들.


수도원 곳곳에는 수행자들이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으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종교, 국적, 성별, 나이를 떠나 수행복을 입고 수행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움을 샀다.
이날 일행은 외국인 수행자를 담당하는 우 자띨라 원장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이날도 한국인 수행자 수행점검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우 자띨라 스님은 연수단 일행을 반기시며 일반 수행자들에게 가르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직접 지도했다.
“위빠사나 수행법 중에 첫 단계는 행선수행입니다. 하나로 손을 가지런히 하고 전방 45도 정도의 앞을 주시하고 한발 한발 내딛으며 마음을 관찰하십시오.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도, 보이는 사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섰을 때는 ‘섰다. 섰다. 섰다’라며 마음을 관찰하십시오. 몸과 마음으로 모두 순간순간을 알아차리십시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느끼고 했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닙니다. 좋은 것을 보면 좋고 나쁜 것을 보면 나쁜 것이 이치입니다. 단, 그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놓치지 마십시오. 행선할 때 걷는 동작(3스텝,4스텝,6스텝)을 알아차리면서 공부를 지어가되 다리의 움직임이나 모양을 보지 말고 다리에서 일어나는 실제 감각에만 마음을 집중하도록 하십시오”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 파고다에 미얀마 축구단 어린이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어 좌선 수행법을 설명했다. 우 자띨라 스님은 “좌선 수행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한 자세로 편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양손을 단전에 놓고 머리는 숙이지 말고 반듯하게 하고, 눈에서 일어나는 것은 마음으로 알아차리십시오. 코에서 냄새가 날 땐 냄새를 마음으로 알아차리고 들숨과 날숨을 마음으로 알아차리십시오”라며 스님은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우 자띨라 스님은 간단히 10분 정도의 좌선 수행 후 질문을 받았다. ‘잠잘 때에는 어떻게 알아차려야합니까? 친구와 만나 대화를 할 때는 어떻게 알아차려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스님은 “일상적인 동작(sampajanna,正知)을 알아차리는 수행은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일체 행위를 할 때 알아차림이 함께 해야 합니다. 앞으로 가고 돌아갈 때, 앞이나 옆 뒤를 볼 때, 가사(옷)을 입고 벗을 때, 식사를 할 때, 대소변을 보거나 샤워할 때, 가고 서고 앉을 때, 취침하고 일어날 때, 말하거나 침묵하고 있을 때, 항상 분명한 알아차림을 하도록 간단없이 공부를 지어가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이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반복해서 관(觀)할 때에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했을 때에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게 될 수 있습니다”가며 수행자들의 실참을 권했다.

양곤 쉐다곤 파고다.


“깨침은 어떻게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스님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깨우침도 깨달음이지만 잠깐의 깨달음을 반복해야 완전한 깨달음이 될 수 있다”며 “마하시 선원에서의 기본 가르침은 부처님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셨다면 이곳에서는 부처님의 아래 단계인 아라한과의 깨달음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스님들은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마하시 선원을 경행했다. 마하시 선원의 저력을 배움과 동시에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불교문화를 오롯이 살리는 것이 바로 한국불교의 세계화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09-10-12 오후 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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