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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불교방송(이사장 영담, 이하 BBS)이 사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지 2년 여가 흘렀다. 사장 추천기관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 이하 진흥원)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직무대행 체제는 한때 극적인 화해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진흥원이 영입을 추진 중이던 4인의 사장 후보가 BBS의 ‘사장복무규정’을 이유로 모두 고사하고, BBS 이사장 영담 스님이 진흥원 민병천 이사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파국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흥원은 10월 5일 이사회에 이어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BBS사장 후보 추천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신진욱 진흥원 대변인은 “5일 이사회 결과, BBS 사장후보 인선 작업은 계속하겠으나, 사장복무규정 등은 BBS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사장후보 인선 작업은 진흥원 집행부에 위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변인은 “진흥원은 ‘정관ㆍ법 규정의 적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진흥원과 BBS의 관계를 재정립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사장복무규정’은 2008년 8월 제정ㆍ시행됐다. 2007년 12월 홍승기 前 사장이 퇴임한 이후 BBS가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면서 아직까지 규정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사장복무규정’이 알려지면서 사장후보자 가운데는 “‘사장복무규정’ 때문에 BBS사장을 못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장복무규정’에는 사장이 간부 임명시 이사장과 합의해야 하는 등 사장의 의무가 명시돼 있는데 규정 자체가 사장의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BBS측이 진흥원이 추천한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사장복무규정’을 두고 진흥원은 “사장 추천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차례 ‘사장복무규정’의 폐기를 주장해 왔다.
진흥원 김규칠 상임이사는 “BBS의 ‘사장복무규정’과 유사한 사례는 동종업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면서 “공영방송인 KBS도 매년 사장경영평가 등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상임이사는 “BBS 정관(제7조 2항)에도 ‘사장은 방송국을 대표해 방송국을 경영하며,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정관에도 명시된 사항을 강화해) ‘사장복무규정’을 둔 것은 (진흥원이 추천한) 사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장복무규정’을 두고 9월 30일 민병천 이사장은 영담 스님에게 “양 기관 이사장이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BBS측은 “사장 경영에 대한 책임 담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사장복무규정을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규칠 상임이사는 “BBS 사장이 공석인 상황은 진흥원이 어떻게 하느냐(누구를 사장으로 추천하느냐)가 아니라 (사장복무규정 때문에) 사장후보자 조차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진흥원은 BBS 개국 당시 산파 역할을 했고, 현재도 매년 8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진흥원 故 장상문 이사장 때에는 장 이사장이 BBS사장을 겸임하며, 사재를 쏟으며 BBS의 기틀을 잡기도 했다.
초심을 잃고 사장 선출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진흥원과 BBS를 두고, 양 기관 모두가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찾기 어렵다.
다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사장 없이 2년 여를 표류하는 BBS의 ‘깨침의 소리 나누는 기쁨’이 온전하려면 진흥원과 BBS,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