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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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자의 불교사진이야기 5.거조암 영산전

거조암 영산전에는 오백나한이 모셔져있다. 10대 제자와 16성중을 포함해 정확히 오백스물여섯 분이다. 영산전의 문을 여는 순간, 나를 따라온 시간은 도마뱀의 꼬리처럼 떨어져나갔다. 되돌아갈 기억이 없다면 이곳은 영락없는 부처님시절이었다. 시절을 가늠할 수 없는 눈빛들은 먼 훗날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고, 나한 앞에 두 손 모은 불자는 그 이야기를 아는 듯 했다.

두고 온 기억을 따라 영산전 밖으로 나왔을 땐 날이 저물고 있었다. 마당엔 길어진 그림자들이 모여들었다. 문득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생각났다. 어둠이 내리고 영산전의 문이 닫히고 나면 경비원 래리처럼 미륵부처님이 나투시고, 오백나한이 부처님께 절을 올리면 영산회상도의 그림이 살아날 것 만 같았다. 우리가 모르는 일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저녁이었다.
글ㆍ사진= 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09-10-05 오후 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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