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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당길 심(心) 덕분에 시작(詩作) 잘돼”
제2회 이상시문학축제 이상시문학상 수상자 정진규 시인


제2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진규 시인.

제2회 이상시문학축제의 개막과 함께 발표된 제2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자로는 원로시인 정진규 선생이 선정됐다. 수장작은 ‘슬픈공복’(<시안> 2009년 여름호 발표). 제2회 이상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승훈(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심사위원장), 돈연 스님(시인 메주와첼리스트 대표), 한분순(한국시조시인협회장) 장경렬(평론가 서울대교수), 장영우(평론가 동국대교수)로 구성돼 9월 21일 최종 심사를 통해 수상자로 정진규 선생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2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로 선정된 정진규 시인은 “내게 과분한 상을 받게 됐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 ‘이상시문학상’은 이상의 아방가르드적 문학정신을 모티브로 시 속에 녹아 흐르는 선적경향을 오늘의 문학으로 계승하고 있는 시인께 드리는 상입니다. 선생님의 시작품들도 줄곧 인간 의식의 새로운 지향을 제시해 왔다는 측면에서 다분히 실험적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시론’을 정의하신다면 어떻게 요약 하시겠습니까?

한 시인의 머리 위에 이상(李箱)이란 관사가 붙게 된 것을 무엇보다 먼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상은 우리 현대시의 포월적 향도요, 시의 본질인 실험정신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상시문학상>수상자로써 과연 적격자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전 작고하신 김춘수 선생이 내시를 두고 “정진규의 산문시는 이미지의 내면적 리듬, 환상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최근 발간한 내 시집 <공기는 내 사랑>을 두고는 김종길 선생께서는 “나이 들수록 시의 행갈이라는 것이 객쩍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의 산문체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를 해 주셨습니다. 결국 나의 산문체 형식이 새로운 시의 형식으로써 그 실험의 성취를 보였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하고자 합니다. 이런 국면에서 본다면 이상이 성취해 낸 현대적 자가, 그런 현대시로써의 본성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시론을 요약하는 말로 ‘몸詩’라는 말을 장르화 해 왔습니다. 이 또한 이상의 현대성이나 이 상(賞)이 지향하는 내면적 불성(佛性)의 세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몸詩’란 전일성(全一性)의 세계, 존재론적 실체성(實体性)이 세계를 그 궁극으로 합니다. 시간과 영원, 현실과 영혼, 안과 밖의 세계가 원융(圓融)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범박하게 한 예를 들자면 우리 여성어에 ‘눈에 밟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절한 그리움을 실체화한 표현입니다. ‘그리움’은 마음이요 ‘밟히다’는 그 마음의 동사적 실체화 가시화한 ‘몸’을 만들어 낸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몸詩’의 세계가 실체로 존재합니다.

-월간시전문지 <현대시학>과 선생님의 시적 행보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 보입니다. <현대시학>과의 인연과 현재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20여년 넘게 시전문지 <현대시학>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창간 500호가 됩니다. 나로서는 하나의 종교랄 수도 있습니다. 어려웠으나 보람도 컸습니다. 좋은 시와 좋은 시인들을 우리 시문학사에 성실하게 보탰다고 자부합니다. 현대시학을 만드는 일 자체로서도 행복했습니다만 , 개인적으로도 튼 힘을 얻어왔습니다.
제 시의 긴장과 탄력을 이완의 이 나이에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현대시학>의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늘 많은 시들, 그것도 신작들을 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시인들의 시를 분별해 읽는 동안 그 비의(秘儀)의 풋풋한 통로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현대시학>은 우리 시의 가장 대표적인 시전문지로써 모든 시인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긴장을 잃지 않게 되고 그래서 제 시에서도 탄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고희의 연세에 서울 한 복판에서 월간시전문지 주간을 맡고 계시다는 것은 그만큼 시적감각이 첨단을 호흡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요즘 시단의 흐름을 어떻게 분석하시는지요?

거주지는 생가인 경기도 안성으로 옮겼습니다. 석가헌(夕佳軒)이라 이름 했습니다. 선대 묘소를 한 곳으로 모시고 그 묘소를 관리하고 지키는 묘지기의 소임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만, 자연과 보다 깊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새롭게 발견한 것이 이른바 ‘자연의 당길 심(心)(힘)’이란 것입니다.
그 예인은 실로 놀라운 생명현상이었습니다. 그게 또 다른 제 시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양으로도 시의 생산력을 활발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종전에 4년 터울로 평균 1권씩의 시집이 엮어지곤 했는데 이번엔 고향에 내려간 2년 만에 그것도 70여 편을 <공기는 내 사랑>시집으로 엮을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자연의 ‘당길 心’은 묘력을 지니고 있어서 제 시의 또 다른 혈맥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조붓한 그 자연의 통로에서 저는 황홀해 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시에 새로운 실험정신을 빙자한 무질서한 우회와 굴절들이 혼미를 일삼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는 발효와 승화로 눈 뜨는 신생(新生)이지 무질서의 엉뚱한 해체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시들이 너무 많고 앞장서 이를 조장하는 시인들마저 있어 큰 걱정이 됩니다.

-시가 읽히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시집은 안 팔려도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시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늘의 시가 국민들의 정서와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시와 인터넷, 시의 문화적 저변을 넓히는 테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지 모르나 시의 본질에 상처를 내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격이 없는 남발의 천격을 보이고 있고, 시를 일종의 정보물로 다루고 있습니다. 진정한 시의 교감은 내밀한 세계와의 만남으로 이룩되는 생명의 질감과 자유의 성취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표피적인 통과로 그 이해를 끝내고자하고 그러한 형식으로 독해가 되지 않으면 그 가치마저 외면하는 형국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를 두고 ‘쉽다’고 할 때는 그 지시적 전달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암시적 세계의 증가된 함량와 교감(交感)하는 전율의 감동을 뜻하는 것임을 알아야 진정한 시의 이해에 이르렀다고 할 수가 있지요. 어쨌건 시는 정보의 산물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시단의 어른으로서 사회의 원로로서 한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 독자의 저변이 확대돼가고 있고, 그 질적 수준도 상당해 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바른 이해로 시를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는 정보물이나 장식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모든 삶이 격조 있는 문화적 차원의 경영이 되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09-09-30 오후 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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