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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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할 뿐’ ‘오직 모를 뿐’ 오직 그렇게…
무상사 일요 참선법회 현장



세계 각국에서 온 불자들이 국제선원 무상사 일요참선법회에 참여해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

“Put your hands on your belly… and just look inside and have your self-questions(두 손을 배위에 얹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며 ‘참 나’에게 질문해보세요).”

故 숭산 스님(前 화계사 조실, 1927~2004)의 제자 중 몇 안 되는 흑인제자인 관행 스님이 입승으로 충청남도 계룡시 무상사 선원동에서 참선을 지도 한다. 새로 참선을 배우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어떻게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참선수행은 참선 30분 포행 5분을 1회로 2회씩 한다.

국제선원 무상사(주지 대진)는 매주 일요일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 받은 외국인 스님들이 주관하는 참선법회를 연다.
관음선원 창시자인 숭산 스님은 “선은 ‘모르는 마음’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절을 하거나 염불을 할 때, 또는 앉아서 명상을 할 때, 항상 이 ‘모르는 마음’을 유지해야한다고 했다.
이곳 무상사 선방에 ‘모르는 마음’을 갖기 위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럽, 미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15명의 수행자들은 각자 준비한 법복을 차려입고 조용히 좌복을 깔아놓은 뒤 참선에 든다.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것을 보니 마치 ‘참선 올림픽’을 하는 것 같다.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좌)과 관행 스님(우)이 일요 참선법회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나도 한 보살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조용히 좌선에 들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 사진을 먼저 찍고 앉을 걸…. 지금이라도 찍을까? 수행하는 걸 방해하면 싫어할텐데…’

취재차 수행에 참여를 하는 것이라 현장감을 살리는 사진들이 꼭 필요하다. 좌복에 앉자마자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이따 쉬는 시간에 참여자들에게 요청한 뒤 설정사진을 찍을까? 아니면 지금 찍을까? 지금은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아직 참선에 집중이 안 될거야. 아니면 나중에 참선에 몰입한 모습을 찍을까?…’ 등. 선방에 더 빨리 도착해 수행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자신만 질책한다.

참선 수행자들이 모두 한국인이었다면 양해를 구하는 표시를 한 뒤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함께 하니 살짝 부담이 됐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힌 서양인이 한국불교를 배우러 왔는데, 괜히 나 때문에 안 좋은 기억만 갖고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스님들의 법문을 경청하고 있는 도반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찍자!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번쩍 일어나 수행자들의 참선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숨소리, 발자국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나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은 뒤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숨을 참고 자세를 구부리고 사진을 찍어서인지 숨을 헐떡였다. 이 소리도 피해주고 싶지 않아 조심히 숨 고르기만 하다 첫 번째 참선 시간이 끝났다. 5분 포행을 한 뒤 또 다시 참선에 들었다.

이렇게 참선 30분, 포행 5분을 2회씩 한 뒤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과 관행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스님들의 법문을 경청하고 있는 도반들.



# 오직 할 뿐(Only just do it)


관행 스님은 참선 수행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오직 할 뿐’을 강조하며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의 선 센터에서 수행을 하던 관행 스님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수행은 제쳐두고 수도관부터 고쳐야 될 상황에 처했다. 다음날 많은 사람들이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들으러 오기에 스님은 밤새 수도관에 물이 새는 것을 막는 데에만 집중했다. 평소라면 “내가 왜 이 걸 해야하나. 수행해야 하는데…”하며 망상이 밀려왔을 테지만 오직 수도관을 고치는 데에만 ‘집중’을 하니 짜증과 분노가 생기기는커녕 즐겁게 수도관을 고쳤다고 한다.
“여러분이 상점에서 물건을 산 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뒤에 줄을 선 사람이 새치기를 한다고 생각해봐요. 화가 나죠?”
관행 스님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직 할 뿐’만을 강조했다. “내가 이 상점에서 온 목적은 오직 물건만을 살 뿐이에요. 그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타인이 새치기 하는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죠. 분노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 안과 밖이 뭐죠? (What''s inside, what''s outside?)


관행 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 대봉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질의 응답시간으로 구성된 시간이었다. 그날의 화두는 어떻게 보면 내가 던져준 셈이 됐다.
미국에서 온 윌리엄(37ㆍ영어교사)이 “일요일마다 참선을 하는데 오늘 참선을 하던 중에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서 내면으로의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고 물었다. 순간 미안하면서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대봉 스님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What''s inside, what''s outside?, What''s the boundary? (안과 밖이 뭐죠? 우리가 부르는 그 안과 밖의 경계는 무엇이죠?” 순간 대중들의 표정은 당황해 하는 듯 했다.
스님은 “분별하는 마음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다. 지구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려고만 한다. 태양은 아무 불평 없이 우리에게 빛을 주고, 물 또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만 분별하는 마음, 주와 객으로 나누는 마음을 갖고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상(相)’을 세우기에 분노와 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선 수행을 할 때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생각에도 착(着)을 두지 말고 그대로 맡겨 흘러가게 놔두라”며 “‘나는 행복하고 싶어, 나는 안정을 찾고 싶어’ 이러한 생각도 모두 집착이니 오로지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해서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의 마음으로 임하라(Just do it)’고 강조했다.

대전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틱ㆍ알렉스ㆍ케빈(왼쪽부터)


# 한국에 온 수행자들


아시아에 많은 불교 국가들이 있지만, 왜 이들이 하필이면 대한민국에 와서 참선수행을 하게 됐는지 그 인연이 궁금하고 신기했다.
대봉 스님의 법문 시간에 질문을 했던 윌리엄은 펜실바니아에서 온 영어교사로 한국에 온지 6년째다. 그는 “10년 전에 괌에서 우연히 한국 불교를 접하게 됐고, 한국에 일을 하러 오게 되면서 한국 스님에게 무상사를 소개받고 일요참선에 참석하게 됐다”며 “참선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져 시간이 날 때마다 올 생각이다. 오늘 당신이 사진을 찍은 것은 나에게 경계가 와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참선 중간에 쉬는 시간, 법문이 끝나고 나서도 함께 붙어 다니는 세 청년이 눈에 띄었다. 알렉스(22ㆍ말레이시아), 틱(23ㆍ라오스), 케빈(21ㆍ인도네시아)은 대전대학교에서 교육하는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국제교류프로그램의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청년들이다.

알렉스는 독실한 불자집안에서 태어나 한국에 와서도 절, 참선 수행 정진을 계속 한다고 한다. 그는 “무상사가 대전에서 버스타고 1시간 거리에 있지만 매주 일요참선에 참석한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줘 오늘 케빈을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케빈은 이슬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온 학생이지만 집안이 불교라 찾았다고 한다. 6개월 전 라오스에서 스님으로 지내다가 한국에 IT관련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온 틱은 “라오스에서도 항상 수행을 해왔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매우 좋다. 10월 2~4일 무상사에서 하는 추석 참선 정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공부하느라 힘이 들 텐데 매주 사찰을 찾아 수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참선수행을 하는 것이라 솔직히 ‘내가 얻는 것이 뭐가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지만 법문을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참선 전 나는 좌복 위에 앉아 전전긍긍하며 사진촬영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의 행동이 법문의 주제가 됐고 참석한 대중들에게 좋은 교훈(?)이 됐다. 어차피 일이 원만하게 잘 해결됐을 것을 나는 속으로 애태우며 망상을 피운 것이다. 스님의 법문대로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의 마음으로 그냥 사진을 찍고 그냥 수행을 했더라면 가슴 졸이는 일 없이 수월하게 했을 텐데 말이다. 이것도 다 지나간 일이다. 현재에 집중해 나는 오직 기사만 써야할 뿐.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09-09-25 오후 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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