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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국사 의천(1055~1101)의 균여(923~973)의 화엄사상에 대한 비판은 잘못됐다.”
고려대 이병욱 외래교수는 9월 12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한국사상사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주제발표 ‘의천의 균여화엄사상 비판의 정당성 검토’를 통해 이같이 주장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의천의 균여 비판은 다수의 학자들이 그 배경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며 고려불교의 대사건으로 불린다.
서울대 최병헌 교수는 “의천이 균여 등을 비판한 이유는 균여의 사상에는 관문(觀門, 관법)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목포대 최연식 교수는 “균여의 사상에 관법이 없지는 않았으나 의천이 그것을 관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본학자 사토 아츠시는 의천이 균여를 비판한 이유로 균여와 의천의 교학 차이와 의천이 균여의 저술에서 출처가 불분명함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병욱 외래교수는 “의천은 균여를 관법을 닦지 않았음을 근거로 비판했으나, 균여는 관법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균여는 저술인 <화엄경삼보장원통기>에서 부정관(不淨觀) 등을 거론하는 등 다양한 수행법을 설명하며 지(선정)와 관(지혜)을 강조했다.
이 외래교수는 “균여는 선정(지)만을 닦고 지혜(관)을 닦지 않으면 완고한 어리석음에 떨어질 것이며, 지혜(관)만을 닦고 선정(지)을 닦지 않는다면 미친 지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병욱 외래교수는 “의천이 균여가 관법을 닦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균여는 관법을 무시하지 않았다”며 “의천이 균여를 비판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균여의 관법을 의천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최연식 교수의 추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 외래교수는 “의천이 주장하는 교관병수(敎觀竝修)의 내용을 균여도 동일하게 강조했다. 의천이 주장하는 3관의 내용도 균여의 화엄관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병욱 외래교수는 “균여의 화엄사상을 의천이 비판한 것은 신라화엄사상의 전통에 대한 의도적 비판으로 귀결된다”며 “지금까지 학계의 평과와는 달리 의천은 전통의 계승자가 아닌 새로운 사상을 추구했다고 재평가돼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