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1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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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한 명이라도 더 법문 듣기를 서원합니다"
제3군지사 호국관음사 중창불사 현장


제3군사령부 11보급대대는 9월 10일 관음사 중창불사 신축공사 기공식을 개최했다.

“‘사바하(娑婆訶)’ 하면 삽질을 해주세요”
“사바하!”
“철퍽, 철퍽, 철퍽”

원만성취를 기원하는 ‘사바하’ 한 번에 삽질 3번. 삽질 한 번에 흙도 아주 깊이 떠졌다.

군복무 기간 중 총 든 시간보다 삽들고 삽질한 시간이 많다는 군대다. 군장병들이 삽든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밀운 스님.

하지만 뭔가 다르다. 부대 대대장도 가사장삼을 두른 스님들도 모두 하얀 장갑을 끼고 ‘사바하’ 한 번에 삽질 3번을 한다. 초가을 따가운 햇살아래 곳곳에 보이는 국방색 차량들도 멈춰선 한가로운 오후, 왜 대대장과 스님들은 넓은 공터에서 삽질을 할까? 저것이 진정 군대의 삽질이란 말인가.

“탁 탁 따라락.” 목탁소리와 함께 스님의 신장기도가 들려온다. 9월 10일 경기 벽제의 제3군수지원사령부 11보급대대 영내 호국관음사 신축부지 중창불사를 위한 기도 소리다.

11보급대대 문정주 대대장

기공식은 개회사, 삼귀의, 반야심경, 경과보고, 인사말씀, 격려사, 시삽, 축원, 사홍서원에 이어 기존 법당인 관음사, 유골 봉안소, 실미도 유해안치 보관소를 둘러보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증명법사 밀운 스님(봉선사 회주ㆍ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을 비롯해, 지도위원으로 대오 스님(고양시 사암연합회장, 흥국사 주지), 덕산 스님(평창동 정토사 주지), 대정 스님(진해 호국사 지도법사), 이건호 추진위원장(조계종 방생법회 회장), 박호석 법사(11보급대대 관음사), 고문 김문조 예비역 장군 (전 3군지사 사령관)등 100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매일 아침 법당 불사발원 108배 절 수행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만큼 깊은 불심을 갖고 원력과 신심으로 병영생활을 지도하는 문정주 중령(11보급대대 부대장)의 역할이 컸다.

문 중령은 경과보고에서 “병사들이 부처님 말씀을 배우고 정진하는 호국도량으로, 군내 사망자 유가족이 영가를 천도하는 도량이나 법당이 낡고 비좁아 항상 가슴이 아팠다”며 “법당 불사는 오랜 염원이었다”고 말했다.

신심 깊기로 소문난 대대장은 인사이동으로 두달 후 부대를 떠나지만 법당 무사 완공을 위한 기도에 여념이 없었다.


지도위원인 대오 스님은 “군대가 많은 고양시 사찰에서는 1사찰 1부대 자매결연맺기 운동에 앞장서고 11보급대대 군법당 불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보다 많은 군장병들이 부처님의 품안에서 정신적 안심을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명법사인 밀운 스님은 “군복무 중 유명을 달리한 젊은 장병들과 실미도 사건 희생자 유해가 있는 11보급대대 법당을 지원하는 일은 그들의 영가를 편하게 모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건호 추진위원장은 “신심과 원력으로 중창불사를 시작하게 됐기에 이미 불사의 절반 이상은 다 이뤄진 것”이라며 문 대대장과 박호석 법사를 치하했다. 이어 이 추진위원장은 문정주 대대장과 박호석 법사에게 금일봉 1000만원을 희사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11보급대대에는 전군 9개 보급대대 중 군내 사망자 유골 54위와 실미도 부대원 유해 20구가 안치돼 있는 유일한 곳이다.

봉안소는 유골이 봉안된 제7지구봉안소와 실미도 유해가 보관된 컨테이너 가운데 위치한 법당은 77년 생활관으로 준공됐다. 80년에 관음사로 명명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법당은 17평 규모로 법당 수용 규모는 최대 정원 30여 명이 전부다. 3년 전부터는 그나마 이어지던 지원마저 끊겨 병사들 스스로 법회를 해오다가 2007년 12월부터 호국삼마사 무염 법사, 백련장학회 송춘희 법사 등의 지원으로 근근이 법회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박호석 법사가 관음사 지도법사로 오면서 마침내 중창불사를 추진하게 됐다.

법당은 실로 비참할 정도였다. 과연 법당일까 싶은 건물 안에는 불상과 탱화만이 모셔져 있었다. 4단짜리 책꽂이에는 법요집과 군포교용 <알기쉬운 우리성전> 외에는 읽을 책이 20여권이 고작이었다. 그 위에는 어린이 법당에 사용하는 캐릭터 부처님의 ‘팔상성도화’가 붙여져 있고, 때 묻고 낡은 30여 방석이 좌복을 대신하고 있었다. 장판은 곳곳이 찢어졌고, 혈기왕성한 병사들의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는 두 대가 고작이었다. 모퉁이에 있는 미니 카세트 한 대가 그동안 지도법사가 없었던 법당의 법회를 이끌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낮은 천장에 달린 영가등에는 지난 세월 많은 이들의 발원과 기도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지난 5월 지도법사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차원의 군포교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호석 법사(한국농촌문화연구소장, 前농협대 교수)는 “50여 사병이 법회 모실 자리가 없어 법당 주변을 맴돌다가 초코파이와 음료수만 받고 그냥 돌아가고 만다”며 “불자들은 망자를 기리는 일만큼 살아있는 군인들을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지원, 1사찰 1군법당 운동을 빠르게 확산 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로 지어질 군법당은 부대 입구 주변으로 자리를 옮기고 법당 50평, 요사채 20평으로 확장 이전된다. 2개월 후면 완공되는 법당은 도로공사현장사무소의 조립식 건물을 재활용한 것이다. 박 법사는 “법당이 화려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사병들이 부처님의 품안에서 심신을 단련해 군생활을 잘 해나가는 곳이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박 법사는 9월 7일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 받아오는 등 군포교에 누구보다 열성이다.

법당 불사를 위해서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은 기도를 하고 발원을 해왔기에 이번 불사가 가능했다. 그들이 있기에 앞으로 2달 후면 신축완공 될 법당에는 장병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다양한 책이 쌓여있고, 법문을 듣고 참선을 위한 폭신한 좌복과 따뜻한 난방과 시원한 냉방시설이 갖춰지길 바란다. 무엇보다 법회를 꾸준히 열어줄 법사님과 부처님 말씀을 듣고자하는 군장병들이 넘쳐나는 새로운 관음사의 모습을 기대한다.
“사바하!”
후원: 농협 351-0068-0683-83(예금주:육군 제 7789부대 8350부대 관음사) (010)5055-2079
글=이상언 기자ㆍ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09-09-11 오후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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