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는 10월 22일로 예정된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 대해 종단 안팎에서 ‘청정선거’에 대한 열망이 높다.
교계 각 단체에서는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차기 총무원장의 자질과 종책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해 후보 검증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중립성 훼손방지 등 선거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 선거인단(각 교구본사 당 선거인단 10명) 240명, 총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치러지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이번 선거는 한국불교 흥망의 척도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명선거’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계 단체 “종책토론회 등 자질검증 자리 마련해야”
교계 단체들은 종책토론회, 총무원장 후보 자질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공명선거를 호소하고 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소장 능원, 운영위원장 법응)가 설립한 불교지도자넷(www.choice33.net)은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올 초부터 청정ㆍ공명ㆍ종책 선거 연중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간한 캠페인 자료집에서는 조계종 원로의원 종하 스님, 원로의원 월서 스님, 전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출마를 예상했다. 불교지도자넷은 “후보자 검증과 종책 대결로써 선거를 치르자”고 제안하며 토론회를 통한 후보자 검증, 후보자 검증시스템 구축 등을 벌일 것도 밝혔다.
청정승가를위한대중결사(의장 진오)도 9월 14~15일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워크숍을 열고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논의의장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가 지난 6~7월 사부대중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총무원장의 자질ㆍ종책ㆍ선거제도에 관한 연구 분석 보고’를 발표한다. 또 한국불교기자협회 안직수 회장이 ‘기자가 바라본 종단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 발제할 예정이다.
무르익어가는 청정선거의 열기 속에 중앙승가대학 총동문회(회장 정념)와 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회장 원학), 동국대 석림동문회(회장 현보)가 9월 7일 열기로 한 종책토론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3대 승가대학 총동문회는 3일 토론회 연기를 발표하며 향후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3대승가대학 총동문회 종책토론회는 8월 31일 총동문회장단의 ‘순수한 애종심의 발로’라는 기자회견 이후 중앙종회 초선의원을 비롯한 스님들의 적지않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유력후보로 꼽히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중앙승가대학 총동문회장)과의 정치적 연대 아니냐’는 의혹과 현 집행부 수석부장인 총무부장 원학 스님(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장)의 선거중립성 훼손 논란, 회원 동의를 구하지 않은 회장단 결의로 9월 2일 불참을 결정한 동국대 석림동문회의 발표까지 상당한 파장이 야기됐다.
다양한 분석은 역설적으로 선거과정에서 티끌 하나까지 ‘청정’해야 한다는 종도들의 여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 ||||
| ||||
#왜 후보가 아닌 유력후보인가
선거공고와 후보확정 전 종책토론회 등을 여는 이유를 짚어보면 후보 등록 후 채 10일 밖에 되지 않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과 선거공영제의 부재로 인한 한계를 알 수 있다. 현행 총무원장 선거법 상 후보자 등록은 ‘선거일 전 10일부터 3일간’으로 입후보자 자격심사 후 후보확정에서 선거당일까지는 그 기간이 더욱 짧아진다. 예비후보로 등록, 선거법에 기준해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 예비후보제가 없기에 유력후보로서 각종 종책토론회 등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중앙종무기관 및 소속 종무원의 선거중립 의무와 사전선거운동 금지, 선거운동에서 각 후보의 관여 기관 및 사 조직 동원 금지, 선거공영제도 제도화 돼있지 않다.
한편, 교계 일부에서는 선거공영제 도입과 선거기간 연장, 권역별, 계층별 공청회 등의 목소리에 반해 지나친 사회법 적용은 종교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와 추대제 등도 주장하고 있다.
| ||||
| ||||
#총무원장 선거 출마 예상 스님은?
총무원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종하 스님(조계종 원로의원, 서울 관음사 주지)은 9월 7일 유력후보군 중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종하 스님은 그동안 출마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31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종하 스님이 고심 끝에 출마를 결정한 이유에는 원로의원들과 교구본사 스님들을 비롯한 중진 스님들의 광범위한 권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하 스님은 9월 7일 출마기자회견을 열고 3대비전과 7대 운영기조, 50대 정책을 밝혔다. 종하 스님은 “돈ㆍ파벌선거 하면 종단 문 닫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은연중 활동하는 각 후보자들이 공개적으로 출마를 밝히고 검증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교계에서는 종하 스님을 시작으로 각 유력후보의 잇따른 출마선언으로 총무원장 선거가 본격 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하 스님은 10월 12일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보를 디딜 예정이다.
종하 스님의 출마선언에 이어 전 포교원장 도영 스님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도영 스님은 ‘불교포커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2, 3일 사이 출마를 결정할 것이다. 종단이 살아남으려면 서로 상처를 입지 않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도영 스님은 각 교구본사 주지 및 중진 스님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후보 중 한 명인 평창 월정사 정념 스님도 9월 중순 경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념 스님은 이에 앞서 중앙승가대학 동문들과 백두산 등반을 할 예정이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자승 스님(전 중앙종회 의장)도 흐름을 보며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종회의장으로서 화엄회 등 주요 종책모임의 지지를 받는 자승 스님은 현재 해외구호 활동과 청소년 포교사업 등으로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자승 스님은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와 중앙종회 종책 모임 화엄회의 업무협정에 따라 9월 4~8일 미얀마 양곤 화엄초등학교 건립식에 참석했다.
이 밖에 원로의원 월서 스님도 세간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둔 갖은 예상에도 물 흐르듯 급격히 또는 잔잔히 흐르는 선거 흐름 상 누구가 유력하다고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자들의 바람은 한결 같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선거제도 속에 2009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임하는 각 유력후보의 화두는 ‘당선’이 아닌 ‘청정’ 해야 한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