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탱에는 조성 당시의 민간생활이 반영돼 있다.” (미등 스님)
“초기불교 언어는 관습적 표현을 중시하고 윤리적인 함의를 담았고, 상좌부불교 언어는 표현의 문제, 유부의 언어에서 진리의 차원 문제를 강조했다. 각 학파의 언어적 특징은 이제설로 구분된다.” (윤희조 박사)
학술행사와 가을학위수여식을 통해 불교학과 관련한 다양한 논문이 쏟아지는 때 각각 감로탱과 불교적 언어관을 주제로 한 논문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등 스님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원장 김영식)이 8월 27~28일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등에서 ‘한국의 기록문화와 법고창신’을 주제로 개최한 제2회 규장각 한국학 국제심포지엄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스님은 주제발표 ‘조선시대 감로탱화 하단장면과 사회상의 상관성’에서 조선시대 조성된 감로탱화의 하단 육도윤회상에 표현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데 주목해 논지를 펼쳤다.
감로탱화는 수륙재나 사십구재 때 쓰이는 의식용 불화로 중생의 영혼을 모두 극락으로 왕생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로탱화 상단에는 불보살이, 중단에는 의식 관련 내용이, 하단에는 육도윤회상이 인간도를 중심으로 표현돼 있다.
미등 스님은 “감로탱화는 하단에 표현된 추천대상과 구제대상을 육도윤회에서 해탈시키는 장치로 중단에 시식의례를 설정하고 있다. 중단에 그려진 의식을 통해 인로왕보살의 인도를 받아 불보살의 세계로 극락왕생하는 상승적 장치로 돼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감로탱화 하단에 표현된 내용과 여제의 대상을 통해 조선시대 원혼과 고혼에 대한 관념을 읽을 수 있다”며 “감로탱화 하단의 장면을 통해 일반 민중들의 삶과 인식세계를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등 스님은 남장사ㆍ흥국사ㆍ봉정사ㆍ수도사ㆍ용주사 탱화 등 각 감로탱화 하단에서 기근으로 아사하거나 풍토병과 전염병 등으로 죽은 민초들의 삶을 찾아냈다. 또, 봇짐을 지고 가는 장사꾼을 해하는 칼을 든 도적과 시장에서 술병을 들고 싸우는 모습, 주인과 노비간의 갈등 등도 밝혀냈다.
스님은 “감로탱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오늘날 조성되는 감로탱화는 민족간 이념의 갈등, 민주주의 발전 과정과 산업사회로의 변화된 모습이 반영되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서울불교대학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윤희조 박사는 학위논문 ‘불교에서 실재와 언어적 표현의 문제’에서 불교적 언어관을 해석했다.
윤 박사는 “불교에서 언어는 진리로 이끄는 수단으로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희론과 분별과 견해로 빠지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강조됐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뗏목과 독화살의 비유다. 뗏목의 비유에서 언어는 피안 내지 궁극적 목표로 나가기 위한 뗏목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강을 건넌 이후에도 뗏목을 버리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으로 경계된다. 독화살의 비유에서 독화살을 맞은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독을 제거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왜 쐈는지 등은 나중 문제임을 강조했다.
윤희조 박사는 “불교에서는 언어적 표현에 의해서 실재를 기술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지각에 의해 실재를 증지하기를 강조했다”며 불교의 자성(自性)을 △실체로서의 자성(초기불교의 아트만 등) △찰라생멸하는 현상으로서의 자성(중관의 무자성ㆍ공 등) △다른 것과의 구별에 필요한 자기동일성으로서의 자성(유부의 자성)으로 구분했다.
윤 박사는 “불교의 언어관에서 그 변화의 연속성은 자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자성과 이제설(세속제와 제일의제)로 초기불교 등의 언어적 특징을 밝혔냈다.
한편, 올 가을학위수여식에서는 불교와 관련해 동국대 불교학과, 선학과, 미술사학과에서 7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광 스님(서울 능인선원)을 비롯해 이화여대에서도 1명의 박사가 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