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예정된 제24대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가 후보자 자격 시비로 논란에 휩싸여 선거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복수추천’이 논란 핵심

	지허 스님.

태고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보경)는 8월 27일 총무원장선거 후보접수자 4인에 대한 심사결과 인공(前중앙종회 의장) 스님을 제외한 지허(금둔사 주지)ㆍ대은(前종회 부의장)ㆍ도산(보우승가회 회장) 스님에게 후보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후보등록시 중앙종회의원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입후보자들이 받은 추천이 중복돼 실제 추천인원에 미달한다는 것이 후보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8월 21일 열린 회의에서 선거규칙을 새로 제정했으며, 그 규칙을 근거로 했다고 밝혔다. 총무원장선거법은 중복추천을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선거를 공고한 8월 17일까지 없던 규칙을 선거가 개시된 이후 제정한 것이다. 선거규칙 제정 과정에서 예고나 공고가 없었고, 후보등록을 받는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안내나 고지가 없어 법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대은·지허·도산 스님 “선거중립 위반 책임져야”

	대은 스님.

선관위에 의해 단일후보로 확정된 인공 스님을 제외한 세 후보자 캠프에서는 “선관위 결정은 무효”라며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은·도산 스님과 지허 스님 대리인은 8월 27일 저녁 종로구 낙원동 해동불교대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종헌종법에 의거한 법규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중앙선관위 선거세칙 결정 효력정지 및 중앙선관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사회법에 호소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스님은 공동성명서에서 “종헌종법에는 ‘종회의원 10인의 추천을 받는다’는 조항 외에 어떠한 별도 규정이 없음에도 ‘복수추천 무효’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도산 스님.

세 스님은 또 “8월 17일 선거공고에 이은 21일 선거규칙 제정, 주말 이틀을 지나 24일 후보자 등록이라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번 선거규칙 제정의 일정은 종헌종법을 무시해 우리 세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횡포”라고 성토했다.

세 스님은 “입후보자인 중앙종회의장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아놓고도 의장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이 출마한 선거관리를 담당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직접 임명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종단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중앙선관위원장 보경 스님과 인공 스님 선거캠프에 참여한 총무원장 직무대행 월운 스님과 종책위원장 자월 스님에 대해 선거법상의 ‘종무원 선거개입 금지’의무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인공 스님 “선거일정 예정대로”

	인공 스님.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로부터 ‘단독 후보’로 인정받은 인공 스님은 선거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공 스님은 28일 오전 서울 봉원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공약을 발표한 후 선거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는 태고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월운 스님과 종책위원장 자월 스님, 봉원사 주지 일운 스님, 선암사 주지 경담 스님 등이 참석했다.

인공 스님은 중앙선관위의 후보자격 결정과 관련, “중앙선관위가 적법한 절차로 선거규칙을 만들어 시행한 만큼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자월 스님은 “우리는 8월 17일 선거공고 후 19~20일 종회의원들의 추천을 받았다. 종회의원 28명의 추천을 미리 받아서 의도적으로 다른 후보의 등록을 방해하려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상대 후보들도 ‘1인 1추천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은 오히려 우리의 정당한 추천을 무효화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가 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선거규칙을 제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논란에 대해 월운 스님은 “종헌종법을 제정할 당시 종회의원의 추천을 받도록 한 것은 후보자의 난립을 막고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후보 검증과 규칙 제정의 권한을 가진 선관위 결정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총무원장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가 단독 출마한 경우 무투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이와 관련 인공 스님은 “9월 7일 열리는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중앙종회에서 종회의원들이 무투표 당선 여부를 확정한다”며 “선거에 임해 관용을 베풀 상황이 아니기에 7일 종회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선거관리로 종도 여망 부응해야

중앙선관위에 의해 단독후보로 인정받은 인공 스님과 후보자격이 박탈된 세 스님간의 의견 절충이 사실상 어렵게 됨에 따라 사회법 제소와 그로 인한 선거일정 중단, 종단 분규의 후유증까지 우려된다. 세 후보자 선거캠프에서는 종정 혜초 스님이 원만한 선거일정 마무리를 위해 ‘유시(諭示)’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힌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