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조선왕조의 대불교정책에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산 스님(동국대 교수ㆍ보조사상연구원장)은 8월 22일 남양주 봉인사에서 열린 제2회 광해군 추선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님은 “임진왜란으로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갔을 때 의승장 영규가 청주성을 탈환했다는 소식은 승군(승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선조는 서산 대사에게 팔도도총섭의 직함을 주어 전국의 의승군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왕실은 임란 후 다른 의병들은 해체했지만 승군은 남겼을 만큼 불교계의 충정을 확인했고, 이는 불교에 대한 정책 완화로 이어졌다.
법산 스님은 “왕실의 불교에 대한 정책 완화는 서산 사명 영규 의엄 각성 등 당시 활동하던 스님들이 산문을 정비할 여유를 줬고, 이때 현재까지 전해지는 법통이 수립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광해군이 폭군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국제적 외교관계에 대해 대담함과 능란함을 보였고 불교에 대해서도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차차석 동방대학원대 교수가 ‘백곡처능의 간폐석교소와 탈유교주의’를, 박해당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이 ‘광해군 시대 대표적인 고승들의 국가의식’을, 감용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임란 이후 불교계의 변화와 동향’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