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이르는 여러 방법 가운데 염불은 쉬운 길(易行門)로 알려져 있다. 염불 수행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
758년 발징 스님이 만일선원(萬日禪院)을 세운 이래, 몽골 침입 때는 백련결사운동의 근간이 되는 등 염불수행의 중심도량으로 활약했던 고성 건봉사(주지 도후)에서 염불 수행에 관한 학술적 담론이 펼쳐졌다.
불교학연구회(회장 본각)는 8월 22~23일 고성 건봉사에서 하계워크샵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종수 동국대 외래강사가 ‘건봉사와 만일염불회’를, 성해영 서울대 HK연구원이 ‘염불선과 예수기도의 비교종교학적 고찰’을, 법상 스님(중앙승가대 박사과정)이 ‘염불수행의 의미에 대한 일고’를, 무상 스님(경기 광주 지장사)이 ‘실상염불선의 이해와 실수 소찰’을 발표했다.
#“조선조 억불 사실 아니다”
이종수 외래강사는 발징 스님의 만일염불회를 계승한 1801년 제2차 만일염불회를 중심으로 건봉사에서 일어난 만일염불회를 살폈다.
이 외래강사는 “숭유억불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불교가 핍박받았다는 기존 주장은 틀렸다”며 “18세기 이후 억불은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조선 후기에는 휴정 스님이 경절문 원돈문 염불문의 삼문(三門)을 드는 등 불교가 통불교적 성향을 띄게 됐고, 스님들이 부역에 종사하게 된 것도 제도권으로 승단이 포섭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종수 외래강사는 올 2학기 제출할 박사학위 청구논문에서 이같은 내용을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염불과 예수기도 유사해”
성해영 서울대 HK연구원은 염불선과 개신교의 예수기도(Jesus Prayer)를 만트라 수행으로 간주하고 두 수행법의 유사성을 고찰했다.
성 연구원은 “염불선과 예수기도는 ‘말’을 도구로 삼아 인간의 의식이 변형될 수 있고, ‘헌신과 믿음’에 기초한 수행이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체험적 인식을 줄 것을 역설하는 공통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 수행법 모두 인간이 몸담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며, ‘사랑(자비)’을 필수요건으로 하는 점도 같다”며 “염불선과 예수기도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나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음)의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염불은 쉬운 수행법 아니다”
법상 스님은 “염불이 쉽다는 것은 오해”라며 “아미타불의 본원력으로 극락세계에 가는 것이 쉽다는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의 모든 수행이 그렇듯 염불의 궁극적 지향점도 삼매를 통해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고 부처가 되는 것”이라며 “염불수행에서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과 극락에 왕생함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불은 저마다 부처임을 관하는 것”
무상 스님은 “염불의 염(念)은 사람마다 마음에 나타난 생각을, 불(佛)은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깨달은 근본성품”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 명호를 외우는 칭명염불(稱名念佛), △부처님 원만덕상을 관찰하는 관상염불(觀象念佛), △부처님 자비와 지혜의 무량공덕을 상상하는 관상염불(觀想念佛), △부처님 법신이 중도실상의 묘심(妙心)임을 관조하는 실상염불(實相念佛)을 실참 지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