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리산 야단법석 마지막 날인 8월 18일, 네 번째 법주 도법 스님의 법석에서는 야단법석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나눔의 시간’이 진행됐다.
향봉 스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모습에 감사드린다. 이런 야단법석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내용과 색깔이 다르더라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종교적 체험 이후 20여 년을 보낸 후 도법 스님을 만나 “나 깨쳤다, 나를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스님에게 “조계사, 해인사, 화엄학림 등 천 명, 만 명이 모여도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내가 보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이 선방 수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유를 받아 법석에 참여하게 됐다. 어록, 경전을 물어봐도 좋다. 어느 것이든 좋다.
죽비 소리에 길들여지는 관습에서 눈 밝은 사람의 출현은 어렵다. 총림을 중심으로 선불장의 지도자스님들도 문제다. 여러 부분에서 동경의 대상일지언정 선지식은 아니지 않은가? 100개가 넘는 선방에서 2500여 비구ㆍ비구니 스님들이 결제를 하고 있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눈 밝은 사람이 없다. 간화선 정진 자세, 풍습이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남은 20년 동안 참으로 어디서든지 토론 하겠다. 회향심으로 살아가겠다.
도법 스님: 내 소감은 법석 시간에 말한 것들이 소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부처님을 모시고 화엄법회를 했다 하더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 자리는 여기 모인 우리끼리만 좋고자 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한국불교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답을 찾으려면 우리 문제를 드러내야 했다. 시기 질투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네 재산을 빼앗고 싶다고 하고 싶지 않다.
곰팡이는 확대ㆍ재생산 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리라고 보지만 우리 스스로를 정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다.
한국불교는 드러내면 살아난다. 총무원, 봉암사, 통도사, 해인사 등 한국불교 방방곡곡에서 무애실상의 모습을 드러내자. 드러내면 바람과 햇빛을 볼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고 본다. 참된 수행이고 해답이라고 본다.
성전 스님: 처음 주제를 접하고 한국 승단의 문제, 수행자의 자질 문제에 대해 재가자들이 함께한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다. 삼보 중 하나로 존경받아야 할 출가자가 재가자들 앞에서 스스로의 위상을 추락시킬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법회를 마치고 우리 문제에 대해서 아파하고 회복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불교는 위선과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 |||
도법 스님의 “10년 선방 다니는 것보다는 이번 4박 5일 동안의 야단법석이 더 낫다”는 말은 한국불교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택회 거사: 모자라고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사부대중이 함께 정법불교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진오 스님: 과거지향적인 것은 옳지 않다. 종단이 바로 서고 불교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봉사와 신행이 더 필요하다. 존경받는 큰 스님들이 민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울림이 홍보가 돼서 불교는 허영과 사치에서 벗어나 희망이 돼야 한다.
김명희 보살: 지금의 문제도 도법 스님의 진단과는 다르다. 종단 내부의 문제가 믿음과 불신,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과 진실의 문제이며, 사기꾼 집단과 양심 집단의 문제다. 한국불교의 문제는 사부대중의 공동책임이다. 우리 스스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완수 거사: 나는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큰스님들이 어떻게 수행하고 어떤 법문을 하는 지가 궁금해서 왔다. 첫 날은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둘째 날 수행기를 들으면서 “저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날, 도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불교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했다.
도법 스님 말처럼 이번 행사는 우리의 아픔을 드러낸 것이다. 서로가 문제점을 나누고 토론하고 고쳐나간다는 생각이 있는 이상 한국불교는 확실한 희망이 있다.
임영광 거사: 이번에 드러난 문제들은 불자들이라면 삼보를 비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내면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비 스님: “재가자들 앞에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지적은 재가자들을 바보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춘다고 해서 감춰지지 않는다는데 왜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법석이 끝났는데 깨닫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출ㆍ재가자들이 한 방향으로 한 목소리로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기쁨과 즐거움이었다.
박오광 거사: 불교를 소설 수준으로 알던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불교를 알기 전에는 불교 공부는 혜국 스님처럼 손가락을 자르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향봉ㆍ도법ㆍ무비 스님을 뵈면서 의외로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작은 실마리를 안고 간다.
이청자 보살: 불교에 입문한지 40여년이 됐지만 이 가운데 20년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의료봉사를 한다. 조계사의 한 신도가 임종 전에 스님을 좀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스님에게 부탁했지만 스님은 신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안 나타났다.
(다른 것은 몰라도) 스님이라면 신도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면 꼭 만나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3~4명이 찾아가 염불하는데 개신교인들은 무리지어 오는 모습을 자주 경험했다. 스님들이 시간이 안된다면 각 사찰에서 신도들을 교육시켜 보내 달라.
| |||
박동천 거사: 부처님의 자비정신에 대해서 논하려 했는데 갈증이 해소됐다. 미련 없이 돌아갈 수 있다. 따뜻한 훈풍은 남쪽에서 불러오는 것. 불교의 새로운 바람이 전국으로 퍼지길 바란다.
김동학 거사: 이판인 무비ㆍ혜국 스님, 사판인 향봉ㆍ도법 스님이 함께 한 자리였다. 고행자의 모습인 도법 스님과, 달마상 향봉 스님 등 이판사판 야단법석의 좋은 강연과 토론이었다.
전영철 목사: 2600년 불교 역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새로운 불교의 중흥을 알리는 뜻 깊은 자리였다. 기탄 없는 토론은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도를 넘지 않는 절제가 돋보였다.
서로를 배려하는 불국정토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부처님, 역대 대승보살, 선사들의 뜻을 받들어 참 대승, 새로운 대승불교로서의 정법불교를 세우려는 절실한 대발원의 장이었다.
이번 야단법석은 절실한 대발원이라는 횃불의 점화와 같은 것이었고 불자들의 가슴 속에 이미 점화돼 있다. 불자님들은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그 불씨를 옮기게 될 것이다.
월암 스님: 건전한 비판의 장(야단법석)에서 비판 대상의 한 사람(선방 수좌)으로서 내가 곰팡이가 아닌가 한다.
선원과 수좌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선원과 수좌들이 거듭날 수 있는 자리. 수좌 스님들이 이 자리에 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야단법석의 횃불이 불타올라. 조계종, 한국불교, 전 중생의 야단법석이 돼서 화엄장엄의 불국토가 되기를 기원한다.
각묵 스님: 혜국 스님의 말씀을 6년 만에 다시 듣는 자리였다. 교학적으로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선학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싶어졌다. 혜국 스님의 “간화선이 전부가 아니다. 수행체계 중에 하나다”라는 말씀은 간화선이 다시 일어설 발판을 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도법 스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스님의 팔정도에 대한 견해 때문이다. 도법 스님에게 팔정도에 대해서 물었을 때 오줌을 쌀 뻔했다. 그만큼 감격적이었다. “이런 대목에서 요실을 하는구나” 하면서 감격했다.
법석의 마지막을 팔정도로 장식하고, 움직이는선원이 팔정도로 걸어간다는 것에 또 한번 감격했다.
강태석 거사: 한국불교가 무당불교, 기복불교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이호신 거사: 수행과 예술이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노치환 거사: 한나라당에서 활동 중이다. 여기서 하는 일과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현정부가 불교에 대해서 탄압을 한다는 말을 항상 듣다보니 이런 자리에 오기가 너무 힘들고 마음이 무겁다.
환경문제는 절집처럼 생활한다면 다 해결될 것이다. 여러 문제가 현실 부분에서는 부딪히는 부분이 많고 불가능한 부분도 많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은 도룡뇽 때문에 환경손실 만큼의 경제적 손실이 있었다.
불교계는 4대 강 사업이 4대 강을 죽이는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꾸라고 한다. 이런 야단법석의 원력으로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감사할 것 같다. 스님과 사부대중이 우리나라를 생각하듯 MB도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대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법스님: 한나라당 측과 야단법석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질문자(비구니): 때로는 환희심, 때로는 먹먹해졌다. 더욱 철저히 수행정진하고 자비심을 발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불교정화운동의 아픈 역사, 스님들의 해외여행과 숙박업소 이용 등에 대해서 이해해 주는 재가자들이 있어 고마웠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
승가가 청정해야 하는 것은 옳은 말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교에 대해서 이해해 달라. 자비와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수행하는 스님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따뜻하게 봐 달라.
재연 스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자는 것이 수행하자는 것이다. 가부좌와 근엄함, 참선 수행도 중요하다. 또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문제를 되돌리고 되돌리는 것이 수행이다.
연기와 무아를 깊이 있게 알며 부처가 된다가 아니라 실천으로 옮길 때 부처다. 희생, 헌신이 자비가 아니라. 친구의 아픔, 남들의 슬픔을 함께 아파하고 안쓰러워하는 것이다. 내가 중요한 만큼 불성이 있는 모두가 중요하다. 이제 돌아가서 진짜 부처ㆍ보살이 돼보자.
법인 스님: 한국불교의 문제가 허심탄회하게 드러나니 고통스럽다. 재가불자들의 질책을 하소연과 안타까움, 원망, 애정, 격려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때 신뢰와 존경, 격려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4박 5일 야단법석이 제대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