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 종합
“선방스님들 본분 지켜야 불교가 산다”
혜국 스님, 인재불사 중요성 거듭 강조



혜국 스님의 진솔한 수행담은 법문에 이은 토론에서도 계속됐다. 스님은 참선 수행을 묻는 질문 등에 하나하나 성의 있는 답변으로 대중을 감동시켰다.

이 자리에서는 고액의 해제비 등 갖은 병폐로 도마 위에 오른 선방이, 그래도 한국불교의 미래이며, 그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희망도 강조했다.

특히 혜국 스님은 인재불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단이 나서지 않으면 선원수좌회라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혜국 스님 법석의 토론 일부.

도법 스님: 혜국 스님이 하신 말씀이 선방의 수좌들에게도 일상적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혜국 스님의 “간화선이 제일 중요하다, 전통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간화선 외의 것을 배제하고 경시하는 것은 문제 삼고 싶다. 간화선을 통해 깨달은 것과 다른 방법으로 깨달은 것이 같을 수는 없지만 다를 수도 없다. 깨달음을 향한 과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본다.

성전 스님: 선방에 있는 스님들도 간화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하다.

혜국 스님: 봉사가 눈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생각으로 깨달았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의 차이는 참 중요하다. 생각이 끊어진 상태에서 깨달아야 한다.

성전 스님: 간화선 말고 다른 방법은 안된다는 것인가?

혜국 스님: 그렇다. ‘나무 아미타불’ 염불도 화두가 돼서 간화선을 해야 한다.

진오 스님 : 한국 불교의 문제는 무엇인가? 종단행정의 무능력과 후진 양성, 신도 교육의 부실이 문제다. 이는 선방스님들의 책임이 아니다. 불교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 책임이다.

불교는 스님에게 거는 기대가 많다. 특히 선방스님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스님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손길도 요구한다. 선방에서 ‘선(禪)’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도 잊어서는 안된다.

혜국 스님 : 나 자신부터 하심이 쉽지 않다. 경전에서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으로 우리 몸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아버지의 정자 2억 마리 중 하나가 난자와 만나고, 어머니가 물을 마시면 그것으로 내 몸의 수분을 채우고, 어머니가 숨을 들이 마시면 나의 들숨날숨이 생긴다. 그렇게 보면 태양이 나를 비추고 있고, 물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곧 우주 만물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언젠가 마티즈 자동차를 타고 하야트 호텔에 갔었다. 그런데 차를 못 세우게 하더라. 그 날 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떠 있었고 바람도 불며 나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해와 바람은) 차별이 없었는데 (기분이) 참 그랬다.

우리도 자신한테 도움 될 것 같은 사람 아니면 말도 잘 안 걸지 않나? 상(相)을 보는 것이다. 내 안에서 일어난 내 문제라는 것을 못보기 때문이다. 내게 젖어진 습이 그런 것이다.

간화선은 삶과 수행을 하나로 본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관과 인생관이 바로 서면 하심은 저절로 된다.

정안 스님: 많은 스님들이 큰 부담을 안고 안거에 들어가 하루 15시간씩 치열하게 정진한다. 그런데 사회봉사활동까지 하라는 의견이 나오니 참 부담스럽다.

큰스님(혜국 스님)이 직접 이렇게 말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정도의 말씀은 제자들이 대신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혜국 스님: 간화선을 하다하다 안되던 때가 있었다. 성철 스님에게 그렇게 들었는데도 이해가 안갔다. 생각 끊어진 자리에서 화두가 있다는 말에 믿음이 안갔다, 그래서 성철 스님에게 “저는 법화사상으로 나가겠습니다. <법화경>의 길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철 스님은 “부엉이도 깜깜할수록 잘 보는데, 네가 안보인다고 하다니 그것은 너의 습”이라고 말하며, “하루 5000배 씩 하라”고 했다.

성철 스님 말씀대로 절을 했다. 7만배 8만배 쯤하니 절하는 나를 잊은 적이 있었다. 내가 내 부처에 절하게 될 때 절하는 사람을 잊을 수 있다.

20만배 하고 태백산에 갔다. 가서 2년 7개월 동안 장좌불와 했다. 장좌불와를 하는 동안 배 고프면 음식생각, 예전 도반들 생각에 선은 제대로 못했다. 안됐다. 했다고 하면 중생을 속이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졸린 게 가장 큰 마장이었다. “성철 스님이 10년간 장좌불와 할 때 졸았을까 안 졸았을까” 이런 망상만 가득했다. 궁금증을 참다못해 성철 스님을 찾아 물었다.

성철 스님은 “내가 목석이냐, 안졸았게.” 그 말만 듣고 “아 그럼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잠을 이겨내려고 밧줄을 목에 묶었다. 졸다가 밧줄에 쓸린 목이 너무 아파서 수행이 더 안됐다.

산에서 생식하다 독풀을 먹었다. 그대로 엎어져 죽었었다. 내 영혼이 나와서 어머니를 찾아갔다. 하지만 나는 영혼이 없다고 믿는다. (영혼이) 있다고 하면 있는데 빠지고, 없다고 하면 없다고 빠진다.

“어머니 저 왔어요” 했는데 어머니가 듣지를 못했다. 그 순간 누가 나와 닮은 사람(시신)을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따라가서 “누군데 나하고 이렇게 닮았나”하는 순간 다시 몸으로 되돌아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다시 발심을 했다.

유서를 쓰고 절벽 끝 바위에 올랐다. 물그릇을 머리에 얹고 또 다시 졸면 죽겠다는 각오였다, 머리에 물그릇을 놓았을 때가 해가 질 무렵이었다. 다시 시간을 확인하려고 눈을 뜨니 해가 동쪽에서 떴을 때였다.

‘일체개유불성(一切皆有佛性)’은 정말 맞다, 다만 삶과 수행이 하나가 될 때 확철대오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 원효 대사가 다녀감은 대단한 일이다. 1초 사이도 극과 극이다.

간화선 교육에 대해 말하면, “익은 것은 설게 하고 설은 것은 익게하라”는 말이 있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수좌스님들도 사회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데 농사를 지어도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진정성 담긴 행에 자신이 없다. 내가 수좌승들에게 그런 수행을 시키고자 하지만 잘 안된다. (구참인) 내가 지도다운 지도를 못하고 있다, 죄송하다.

질문자(비구니): 선방에 있다. 안거가 끝난 뒤 1주일 정도 사회봉사를 할 방법을 실천한다면 한국불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자기점검도 되지 않을까 한다.

혜국 스님: 선방을 잘 지키기는 것도 중요하다. 봉사는 많은 스님들이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도법 스님: 선방은 선방으로 있어야하고 수좌는 수좌답게 존재해야 한다. 어떤 길을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잘 잡는 것이다.



문경 봉암사를 보면 크고, 화려하다. 산문을 닫고 수행하는 한국 제일의 선원이다. 청정하고 좋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여기가 진정 선원인가? 또 이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천적 삶이 수행인가? 이점에 대해 봉암사 대중들이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비워내고 비워내야 할 봉암사가 요즘은 물질로 풍요로워지고 있다. 반면 마을주민들의 궁핍은 더 해 간다. 이것이 선원의 모습, 선원도량, 바람직한 수좌의 모습인가? 수좌가 수좌다워질 때 간화선이 살아날 수 있다.

인재문제를 살펴보면, 요즘 선방에는 이해관계를 떠나서 일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유일하게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선원 아니었던가? 수좌들이 요구하고 제안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선방의 이익을 추구했지 그것을 넘어서서 문제제기 하는 수좌나 선방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말 조계종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승가교육, 사부대중 교육에 대한 혁명적인 대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 미래는 불투명 합니다. (선방을 뛰쳐) 나와서 데모하고 정치하란 말이 아니다. 수좌들이 그런 뜻과 마음을 가지고 행하면 되는 것이다.

종단에 어떤 종정ㆍ총무원장ㆍ중앙종회의원이 나오든 종단의 제일 정책을 승가교육으로 삼길 바란다. 절체절명을 승가교육에 두고, 그 힘을 선방에서 보태주길 바란다.

혜국 스님: 각목으로 머리를 쳐서 피흘린 각목 법사를 아는가? 나는 한국 불교를 희망적으로 본다. 막연함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그렇다. 조선시대 유교도 영원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세계적에서 개신교와 불교가 공존하면서 싸움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것은 불교 덕이다.

나는 정신력을 ‘복(福)’이라고 본다. 이 정도까지 불교를 자리잡게 한 것은 선방이다. 선방이 있기에 불교가 유지되고 있다.

부처님 말씀을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도법 스님이 말한 교육문제 참 중요하다. 하지만 종단이 안 하고 있다. 따끔하게 일어나야 할 일인 것도 맞고,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이 수좌인 것도 맞다. 종단에 요구조건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수좌다.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길이라면 나도 동참하겠다.

이택회 거사: 해제비 스님들에게 더 드려야한다. 스님들 국내에만 머물면 우물 안 개구리다. 재가불자로서 스님들이 넓은 식견과 안목을 갖기를 바란다.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에 해제비를 어떻게 하면 더 드릴 수 없나 고민해야 한다. 선방스님들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해제비를 통해 어떻게 불교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마가 스님 : 수좌들이 무슨 화두를 드는지? 점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혜국 스님: 화두참구는 체험이 중요하다. 논문도 아니고, 수시로 점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득실을 따질 문제가 절대 아니다. 다른 쪽으로 떨어질 수가 있다.
특별취재팀 |
2009-08-21 오후 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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