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인사가 어떤 사찰인가. 법보인 ‘팔만대장경’을 모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이다. 서릿발 같은 법만 거량해도 모자란 곳이다. 한국불교 1번지인 조계사도 마찬가지다. 최상승의 법을 거량해도 시간이 모자라고, 사람이 모자라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불교를 세울 것인가?
현각 스님: 직접 거론하기 어렵지만, 영가를 팔아서 큰스님이 된 스님도 있다. 지난번 본말사주지연수 때, 한 주지스님이 설법전에 걸린 영가를 소개하면서 1인당 2만원인데, 1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20억이 넘는 거액이다. 그 주지스님은 그렇게 모인 돈을 갖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방편은 우리 삶에서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본질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도법 스님: 방편을 버릴 수는 없다. 법다운 방편, 법에 맞는 방법과 과정이 중요하다. 천도재는 상업화다. 법답게 하고 있는가, 법의 중심에서 48재를, 천도재를 하고 있는가, 상업화되지 않았냐는 돌이켜볼 문제다.
천도재를 통해 모은 돈을 합리적으로 쓰자는 의견도 있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49재를 하더라도 법의 정신에 맞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돼야 한다.
무비 스님: 신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장사가 되니까 하는 것이다. 신도 의식 수준이 문제다. 염불, 참선 등 다양한 수행방법이 있는데도 천도재에 동조하니까 공급자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나친 무속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도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지 않을 것이다. 양쪽 다 한심할 뿐이다. 우리 모두 같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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