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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성지(聖地) 지리산에서 사부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불교의 미래를 고민했다.
움직이는 선원(조실 무비) 등 민족성지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 준비위원회는 8월 14~18일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법주로 나선 무비 혜국 향봉 도업 스님을 비롯해 실상사 재연 스님, 벽송사 월암 스님, 황매암 일장 스님 등 지리산 인근스님을 중심으로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법석에 동참한 재가자는 100여 명에 이르렀다. 특히 참가자 중에는 개신교 목사를 비롯해 자신이 불자가 아님을 떳떳하게 밝히는 재가자들이 있어, 정법을 갈구함에는 출ㆍ재가, 불자ㆍ비불자의 구분이 없음을 보여줬다.
첫 법주로 나선 무비 스님(움직이는 선원 조실)은 <금강경> 소의 경전 문제를 제기했다.
스님이 <금강경>을 문제 삼은 것은 조계종의 사상적 근간인 <금강경>을 바로 세워야 조계종이 바로 서고, 한국불교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주최 측이 물질적 풍요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21세기 한국사회와 불교계에 대한 위기감에서 법석을 마련됐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깨달음을 점검 받고자 두 번째 법주로 나선 향봉 스님(익산 사자암)은 한국불교의 폐단을 집중적으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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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선원수좌회를 대표해 세 번째 법주로 법석을 이끈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은 “간화선사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한국불교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법 스님(움직이는 선원 열중)은 법석에서 종정상, 총무원장상, 종회의원상 등 스님들부터 상을 버려야 불교가 바로 선다고 강하게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도법 스님 뿐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은 강도 높게 불교에 대한 비판을 퍼부었다.
성역과 같았던 <금강경>과 간화선, 깨달음 등 조계종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주제가 오갔다. 49재를 마흔 아홉 번 지내는 1029재, 천불ㆍ만불을 조성해 법당을 불상창고로 만드는 문제 등 불교문화의 현상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재가자들은 평소 스님에 대해 아쉬웠던 점들을 하소연하듯 쏟아냈다.
승가의 권위와 선방의 신비가 법석에 내동댕이쳐져 널브러진 상황에서 몇몇 재가불자는 승가를 외호하는 발언을 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불교에 일진광풍을 몰고 왔던 4박 5일간의 야단법석은 끝났다. 하지만 안다. 그래도 선방을 지키는 수좌, 포교일선에서 활동 중인 대중, 불교를 외호하는 재가자들이 있어 한국불교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