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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왜곡, 훼손으로 한국 전통사찰 고유의 멋을 잃었던 천년고찰 범어사가 광복 66년 만인 오는 2011년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범어사의 민족문화 복원 및 중장기 발전 계획인 ‘범어사 종합 정비 계획’이, 8월 13일 일제잔재의 상징물이던 조선총독부 표지석 제거와 3층석탑(보물 제250호)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난간석 해체를 신호탄으로 시작됐다.
범어사는 한국불교건축의 진수를 간직한 대표적인 사찰이었으나, 전통적인 가람 배치와 문화재 등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 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되고 왜곡됐다.
이번 왜색지우기 작업은 8월 13일 조선총독부 표지석 제거와 3층석탑을 둘러싼 일본식 난간 해체를 시작으로 최하층에 일본식으로 기단부를 세워 우리 고유의 미학이 사라진 3층석탑의 원형 복원이 이어진다. 그리고 대웅전을 정면에서 가로막은 일본식 보제루를 누각 형태로 복원하고, 일본식 석축쌓기와 축성법으로 지어진 범어사 외벽 등도 철거하고 재건립된다. 대웅전 앞마당의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금송 세 그루와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에 심은 일본 편백나무와 삼나무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우리 소나무로 바꿔 심을 예정이다.
본래의 가람 배치는 전통 불교건축 양식인 상중하단의 3단 구성의 틀을 지켰고, 선교양종(禪敎兩宗)의 교리를 적용한 체용설(體用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원칙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사찰을 이후 중창건하는 과정이나 크고 작은 불사를 행할 때에도 철저히 지켜져, 일제강점기 이전 범어사의 가람 배치는 전통불교건축의 고유한 형태를 지녀왔다.
범어사 종합정비계획 연구책임자 서치상(부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범어사의 가람배치를 한국불교 전통건축양식에 맞춰 복원하는 일은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한국 사찰양식을 후대에 바르게 전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일제잔재청산이 마무리 되면 오는 2014년까지 총 예산 200억원 규모의 ‘범어사 종합 정비 계획’ 2단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