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제작한 고려말기 대선사 경한(景閑)이 창건한 장경사가 폐사될 위기에 처했다.
국토해양부와 용인시청이 협의해 추진 중인 제2경부고속도로의 용인시 원삼면 통과구간의 노선이 장경사를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경사 주지 정휴 스님은 8월 18일 간담회에서 “장경사를 경유하는 구간이 터널로 경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찰 바로 뒤 10m 떨어진 산등성에 다리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돼 소음, 진동 등으로 인해 장경사는 폐사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선도에는 경수사, 관음사, 법륜사, 와우정사 등 다른 주변 사찰과 천주교미리내성지 등이 표기돼 있으나 제2경부고속도로 계획안에 가장 인접해 있는 장경사는 누락돼있어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서 발행한 제2경부고속도로 사전환경성 검토서에는 다른 마을과 사찰 등은 표시돼 있으나, 장경사와 학일리는 누락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휴 스님은 “제2경부고속도로 계획안 외에 검토 1,2,3 안이 있으나, 도로 건설 경비 등의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 등 장경사 누락 이유를 전화로 확인해본 결과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답변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해 볼 때 국토해양부에서 장경사를 일부러 누락해 제2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추정된다.
장경사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지난 2000년 한국전력공사가 학일리에 송전탑을 설치하려던문제에 직면하는 등 각종 수행환경의 침해를 받아오고 있었다.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말사에 소속된 장경사는 석조지장보살좌상과 산신탱화등 향토문화재가 보존돼있는 역사ㆍ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사찰이다.
뿐만 아니라 장경사가 위치한 학일리는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돼있는 곳으로 1급수가 흐르고 밤에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정휴 스님은 “학일리와 장경사 주변의 환경이 워낙 좋다보니 많은 개발업자들이 지속적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며 “사찰과 주변마을 수호를 위해 위해 7월 22일부터 신도와 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2경부고속도로 장경사 및 학일리 구간 노선 백지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고속도로건설을 백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