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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적광전 앞 구층석탑은 젖은 풍경(風磬)을 털고, 자장 스님이 그토록 기다렸던 문수보살은 언제부터인지 석탑 곁에서 비를 맞고 있다. 그 옛날 당나라에서 돌아온 자장 스님은 이곳에 초가를 짓고 문수보살을 기다린다. 스님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입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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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한 분이 적광전에 들어 백팔배를 올린다. 스님도 자장 스님처럼 문수보살을 기다리는 것일까. 스님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문밖에선 문수보살이 보슬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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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다시 맑아진다. 도량엔 햇살이 돋고, 햇살을 따라 나온 육수암 스님들이 숲길을 걷는다. 천년 숲은 한 순간처럼 서있고, 앞서간 발자국들은 빛바랜 단청처럼 세월을 보탠다. 발자국들이 길 끝으로 사라지고 날이 저문다. 종각의 범종소리 멀어지고, 월정사 현판으로 달빛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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