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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한 번 독송하지 않은 불자가 있을까? 법회에서 <반야심경>과 함께 필수적으로 봉독하는 <천수경>. 그러나 많은 불자들이 <천수경>을 두고 의문을 갖는다. 다른 경전은 다 ‘여시아문’으로 시작 하는데 천수경은 그렇지 않다. 바로 ‘정구업진언’으로 시작된다. 경전을 이루는 여섯 가지 기본 요소(6성취)를 갖추지 않았는데도 <천수경>을 경전으로 봐야 하는가? 대장경 목록에 조차 없는 <천수경>은 정확히 어떤 경전을 근거로 만들어 진 것인지도 불분명 하다.
그러나 <천수경>은 불교 의식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독송되고 있다. 영산재에서도 이 경구가 많이 쓰이고 심지어 무속인들의 푸닥거리와 상여소리[輓歌]에서도 <천수경>의 구절들이 암송된다. 주문과 게송이 섞여 있는 이 <천수경>의 저본은 서기 7세기경 인도에서 당나라로 건너갔던 가범달마가 번역한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독송하는 <천수경>은 통일신라 이후 다소 내용적 변화를 보여 오다가 1969년에 형태를 완성 한 것이다. 그러니까 <천수경>은 편집된 경전이다. 그 내용은 선과 정토 화엄 등 불교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수행과 교리를 포괄하는 통불교적 요소가 강하다. <천수경>안에는 화엄 정토 뿐 아니라 공사상과 밀교사상까지 담겨 있지만 그 중심은 관음신앙이다. 대중적 사랑을 받아 온 경전이다 보니 해설서도 10여종이 나왔다.
현봉 스님(前 송광사 주지)은 <천수경>을 아주 쉽게 풀이 했다. 법회에서 강의한 내용들을 다듬고 보완한 현봉스님의 해설은 <천수경>에 대한 다양한 의문들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법회에서 강의를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삼은 탓에 다른 경전 구절의 인용이 많고 다양한 예화를 가미한 것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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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 해당하는 글들은 해석 하지 않은 것이 그간의 관례처럼 인식되어 왔지만 현봉 스님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자세하게 풀이하고 그 안팎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의 안목으로 <천수경>을 풀이 한 점이 경전을 이해하는 새로운 맛으로 다가온다. 경전에 들어 있는 상당수의 게송들이 선의 ‘한 경지’에 있음을 선사의 안목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연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경전의 의미를 새기고 있는데, 책의 제목 ‘너는 또 다른 나’ 역시 이런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현봉 스님은 ‘무애대비심’을 이렇게 해설한다.
“너니 나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분별의 조각이 끼어들면 무애의 대비심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아무 조건이 붙지 않습니다. 건지는 ‘나’가 있고 건져야 할 ‘너’가 있으면 무애가 아닙니다. 너는 바로 나의 다른 모습이며 너는 또 다른 나일뿐이니, 다른 모든 것이 같은 하나이고 한 몸인 동체대비심이 무애대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