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8월 5일, 불기 2553년 하안거 해제를 맞아 기축년 하안거 해제법어를 발표했다
원명 스님은 법어에서 “오늘은 제대로 해야지 하면서 하루가 다하고 나면 후회하면서 내일은 반드시 오늘 못한 것을 성취하리라고 기약하다가 이 자리에 이르렀다”며 “우리는 스스로 위안하기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하나 두 무릎을 치면서 왜 이렇게 늦었는고? 하면서 대성통곡을 해 봐야 한다” 강조했다.
스님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그 근본을 찾아 깨닫는데 주력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며, 사명”이라며 “모두들 마음속 깊이 새겨서 정진하고 정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명 스님의 결제 법어 전문이다.
己丑年 夏安居 解制 法語
不識三毒虛假(불식삼독허가) 하고
妄執浮沈生死(망집부침생사) 라
昔時迷日未晩(석시미일미만) 이러니
今日始覺非早(금일시각비조) 로다.
삼독이 헛된 것인 줄 알지 못하고서
부질없이 생사에 집착해 오르내렸구나.
지난 날 어리석었을 적엔 늦지 않다 했는데,
오늘 깨닫고 보니 빠른 것도 아니로구나.
해제를 맞아 모두들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까?
오늘은 제대로 해야지 하면서 하루가 다하고 나면 후회하면서 내일은 반드시 오늘 못한 것을 성취하리라고 기약하다가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오늘은 어떻습니까? 해제 한다고 해서 마음이 흡족합니까?
우리는 스스로 위안하기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퇴굴심을 내지 않고 정진한다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현금즉시갱무시절(現今卽時更無時節)이라 지금 이 순간 뿐, 두 번 다시 이러한 시절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여러 대중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 것입니다.
두 무릎을 치면서 왜 이렇게 늦었는고? 하면서 대성통곡을 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대조사가 또 말씀하시길 [본디 미한 적도 없는 그 자리를 깨닫는 것이 공부다.] 고 했습니다. 연꽃의 씨는 진흙 뻘 속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이처럼 공부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그 자리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그러하기에 기한을 정해놓고 결제다 해제다 하는 것은 우리 수행자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그 근본을 찾아 깨닫는데 주력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며, 사명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은(施恩)의 무거운 짐에 눌려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끝없는 윤회에 휩쓸리게 될 것입니다. 수행자가 그러하다면 부처님과 역대조사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모두들 마음속 깊이 새겨서 정진하고 정진하기 바랍니다.
信脚出門行大路 (신각출문행대로)하야
橫擔柱杖唱山歌 (횡담주장창산가)로다.
문을 나서 발걸음 닿는 대로 길을 가면서
주장자 비껴지고 산 노래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