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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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화(劫火)가 대천세계를 태우니...”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하안거 해제 법어 발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8월 5일 불기 2553년 하안거 해제일을 맞아 법어를 내리고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했다.

법전 스님은 법어에서 한 납자(衲子)가 대수 선사와 용제 선사를 찾아다니며 나눈 선답(禪答)을 예로 들었다.

스님은 “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이 일어나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안목이 열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너진다고 해도 장애가 되고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전 스님은 “납자(衲子)와 대수, 용제 선사가 나눈 ‘겁화’(劫火) 공안에 대해 무감각해서도 안 되고 정식(情識)으로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며 “무너졌다고 해도 틀렸고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틀린 이 공안에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해제 만행길에 대천세계를 다니며 항상 참구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기축년 하안거 선사방함록>에 의하면 이번 하안거 동안 전국 95개 선원(총림 4곳, 비구선원 55곳, 비구니선원 36곳)에서 2237명(비구 1127명, 비구니 933명, 총림 177명)의 대중이 용맹 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2553년 하안거 해제법어 전문.


겁화(劫火)가 대천세계를 태우니

어떤 납자가 익주(益州) 땅의 대수법진(大隨法眞)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대천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

“무너지니라.”

그 납자는 다시 용제소수(龍濟紹修)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온 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

“무너지지 않느니라.”

‘무너질 괴(壞)’라는 이 한 글자는 바다를 먹으로 삼아 쓰더라도 다할 수 없는 것이니 만일 말을 따라 견해를 내면 ‘그것’과는 천만리 멀어질 것입니다. 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이 일어나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안목이 열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너진다고 해도 장애가 되고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애가 됩니다. 대수가 무너진다고 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고 용제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으니 한결 같이 무감각해서도 안 되고 한결 같이 정식(情識)으로 알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 산승에게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대천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하고 물어 온다면 그런 납자에게 이렇게 되물을 것입니다.

“무너지고 무너지지 않음은 그만두고 ‘그것’을 제대로 알기나 한 것인가?”

어쨌거나 두 노숙 중에 한 사람은 ‘그것’도 무너졌다고 하고 한 사람은 ‘그것’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무너졌다고 해도 틀렸고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틀렸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해제 만행길에 대천세계를 다니며 항상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학유구고난저익(鶴有九皐難翥翼)이요
마무천리만추풍(馬無千里謾秋風)이로다
학에게는 구고(九皐)에 날기 어려운 날개가 있고
말은 천리에 공연히 바람을 쫓는 일이 없느니라.

2553(2009)년 하안거 해제일에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7-30 오후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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