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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 대학이 무슨 중ㆍ고등학교도 아니고…”
최근 동국대에서 강의 중인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하소연으로 시작된 통화는 투덜거림으로 이어지며 시종일관 불평불만 일색이었다. 이유는 동국대가 실시중인 강의포트폴리오와 강의평가 때문.
강의포트폴리오는 교수의 자기평가다. 동국대는 ‘학사행정연구시스템(U-Drims)’에 교ㆍ강사가 자기평가와 함께 출석부를 비롯한 강좌 관련 자료를 전산입력하게 해 놨다.
지인은 “객관화와 계량화를 시도한다 해도 대학에서 과제 및 질문과 모범답안, 채점기준표, 상ㆍ중ㆍ하 등급별 답안까지 각각 따로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의포트폴리오를 입력한 다수의 동국대 교ㆍ강사들도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의평가는 수강생이 교ㆍ강사를 평가하는 제도다. 2007년 제도시행 초기에는 학생의 평가에 따라 매 학기말 공개된 등급이 해당 교ㆍ강사의 강좌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도 했다. 학교 측은 “강의평가 공개를 통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인은 “학교에서 강의평가에 대해 2년간 2회 이상 하위평가를 받은 강사는 강의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들었다”며 “취지야 동감한다고는 해도 과제물 부과에도 학생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문제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지 서비스아카데미는 아니지 않냐?”고 토로했다.
오영교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강의평가공개에 대해 “교수평가 공개는 교수와 협의대상이 아니다. 고객(학생)에게 상품(강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왜 공급자(교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강의평가 등을 통해 학생ㆍ교수간 소통은 유도하면서도 정작 CEO를 자임하는 총장(매니저)인 자신은 교수(스텝)와 소통할 필요성을 외면한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높은 신분에 따르는 정신적 의무)’가 다시 주목받는 요즘이다.
교ㆍ강사에 강의평가와 강의포트폴리오 작성을 강요하면서, 오 총장 자신은 교수회가 실시한 총장평가를 외면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대학경영포트폴리오를 쓰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스텝에 일방적인 과부하를 주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저급한 매니지먼트라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