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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침의 삶을 열어주는 선 수행은 언어를 부정한다. 말에 걸려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리를 전하고 가르치는데 말이 없을 수 없다. 깨친 사람끼리는 말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고 문자로 남겨야 한다.
그래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봐서는 안 된다고 한다. <벽암록>과 <무문관>은 달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선의 텍스트다. 거기 알알이 맺힌 이야기들은 무엇이 달이고 무엇이 손가락인가를 분명하게 알게 한다. 그럼에도 손가락과 달을 분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중생심을 염려해 밝은 빛으로 되비춰 주는 등잔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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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동국대 교수)이 <벽암록>과 <무문관>에서 33개의 달을 골라냈다. 그리고 그 달의 ‘진가’를 자상하게 풀이했다. 현대인들이 지난한 삶을 헤쳐 나가는‘단초’가 되길 바라는 스님의 마음이 행간에 ‘달빛’처럼 흐른다.